아픔극복 전문가 2인 자살예방의 날 맞아 예방 활동 전념 새인생 대부분 우울증서 시작 조기 치료만이 최선책
12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이 말해주듯 한국에서는 하루 평균 38명의 생명이 자살로 인해 목숨을 잃고 있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한때 자살 시도란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지금은 이를 벗고 자살충동에 고통받는 타인을 돕는 일에 전념하고 있는 2명의 전문가가 있다.
자살예방의 날(10일)을 맞아 헤럴드경제 기자와 만난 이들은 ‘자살은 무조건 숨겨야만 하는 부끄러운 사실이 아니라 공론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치유해야할 마음의 병’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다른 자살시도자에게 희망 줄 수 있는 내 ‘약함’은 축복”=이효진(42ㆍ여) 예인건축사무소 소장. 그는 블로그 익명 게시글과 1주일에 최소 한통 이상의 메일을 통해 자살을 계획 중이라고 밝힌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함으로써 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돕고 있다. 그는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행동에 옮기기 전 반드시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마련이며, 이를 받아줄 사람이 없다 생각할 때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며 “조금이라도 절망적인 환경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주변의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소장은 스스로 자살을 시도했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생후 18개월이던 이 소장에게 아궁이에서 끓고 있던 주전자가 엎질러졌고, 그 일로 얼굴과 왼손에 3도 화상을 입게됐다. 이 소장은 “이후 초등학교 시절엔 친구들로부터 ‘괴물’, ‘파충류’ 등의 심한 놀림을 받았지만 스무살이 되면 수술을 받고 예뻐질 수 있다는 어머니의 말을 믿고 고통을 견뎠다”며 “대학입학 후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이란걸 안 뒤 절망감에 그날 저녁 바로 자살을 시도했다”고 힘들었던 과거를 털어놓았다. 이후에도 이 소장은 남들과 다른 외모로 인해 취업에 잇따라 실패한 데 이어, 28세가 되던 해 삶의 희망이던 어머니마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며 또 다시 절망감에 하루에도 수차례 자살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는 신앙의 힘을 빌어 조금씩 어려움을 극복해나갔고, 6세 연하의 남편과 결혼해 슬하에 1남1녀를 얻었다.
그가 최근 강조하는 말은 바로 ‘약함을 자랑하라’는 것이다. 그 누구보다 불행한 환경에서 출발했지만, 이를 극복해낸 자신을 경험을 널리 알려 자살 시도자들에게 재기의 희망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는 것이 이 소장의 바람이다. 그는 “자살 시도자들이 삶의 희망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전화ㆍ블로그 등을 통한 상담 프로그램이나 토크 콘서트 등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했다.
▶“자살은 ‘마음의 암(癌)’우울증에서 시작…조기치료만이 살길”=강선영(52ㆍ여)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는 자살을 부르는 주범은 우울증이며, 이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현재 일반인들은 우울증이란 마음의 병이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으로 쉽게 이어진다는 사실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우울증은 ‘마음의 암(癌)’과 같아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금방 낫지만, 방치할 경우 자살로 연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울증과 이로 인해 발생한 자살을 부끄러운 것이라 여겨 쉬쉬하는 사회적인 경향에 대해 그는 비판했다. 그는 “유명인의 자살 방법을 자세히 묘사하는 등 선정적인 내용을 지양하되 자살 및 우울증의 실태를 있는 그대로 알리고, 이를 치료받고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캠페인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며 “자살의 원인과 현상 분석, 예방방안까지 공론의 장을 통해 밝히는 것을 꺼리는 행정기관 및 사회적인 분위기는 마치 암환자에게 아픈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절대로 모르게 숨기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가 자살 예방을 위한 우울증의 조기 치료를 이토록 강조하는 것은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다. 불우한 가정 환경으로 인해 강 대표는 어린 시절 만성우울증에 빠졌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어렸을 때는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했고, 그저 남들과 조금 다르고 이상한 것이라 생각했다”며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1주일에 2~3차례, 약 300여회 우물에 뛰어들어 자살을 하겠다고 시도하는 등 힘든 시기를 겪었다”고 했다.
심리상담에 대해 공부하게 된 것도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치료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 강 대표의 설명이다. 오랜 공부 끝에 자신이 앓던 우울증을 극복한 강 대표는 이제 같은 문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많은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한다. 대면 상담 뿐만 아니라 각종 강연, 라디오, 온라인 등을 통해 활발히 상담 활동을 벌이는 것은 이 같은 다짐 때문이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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