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이정완 기자
[헤럴드경제=이정완 기자] “해외 전시회에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이 신제품을 선보이면 바로 다음 전시회에 중국 기업이 똑같은 걸 들고 나옵니다.”
최근 만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에는 깊은 위기의식이 담겨있었다. 막연히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는 한국이 1등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장이 느끼는 중국의 추격 속도는 훨씬 빨랐다.
수치로 보면 위기감이 더 잘 드러난다. 지난해 전세계 OLED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69%를 기록했다. 나머지 31%를 중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2007년 세계 최초로 OLED를 양산한 우리나라는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유지했지만 2015년 중국의 진입으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막대한 투자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에 점차 시장을 내주며 2010년대 후반까지 90%를 넘겼던 시장점유율은 2024년 들어 70%대 벽이 깨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K-디스플레이 전시회는 우리의 경쟁력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계기가 됐다. 국내 대표 디스플레이 제조사가 미래 기술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통령도 체험해본 RGB 올레도스(OLEDoS) 기반 스마트 글라스를 전시했다. AR(증강현실) 기기 앞에는 이를 체험해보기 위한 방문객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직접 체험해보니 길 안내 정보가 눈 앞에 나오고 있었다.
LG디스플레이는 전시장 입구부터 피지컬 AI(인공지능)에 대비하는 전략을 보여줬다. 휴머노이드용 로봇에 쓰인 P-OLED(플라스틱 OLED) ‘HELLO’라는 메시지를 띄우며 관람객을 반겼다. 단순한 화질 경쟁을 넘어 디스플레이가 웨어러블과 로봇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AI 시대를 맞아 두 회사 기술 전문가의 발언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양사 모두 ‘저전력·고성능’을 AI 디스플레이 핵심 조건이라 입을 모아 강조했다.
최영석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부사장)는 소비 전력이 낮은 탠덤(Tandem) OLED의 라인업 확대를 언급했고 노철래 삼성디스플레이 생산기술연구소장(부사장)은 다양한 AI 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RGB 올레도스, 스트레처블 OLED 등을 차세대 기술로 제시했다. 결국 미래 기술 방향성을 제시하는 주체는 여전히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물론 낙관만 할 수는 없다. 대규모 투자와 인력·정부 지원을 앞세운 중국의 추격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다. BOE는 IT용 OLED를 위한 8.6세대 생산라인을 구축했고 TCL CSOT와 비전옥스 역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가격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해법은 우리가 지금껏 선보인 한발짝 앞선 기술 경쟁력이다. 단순히 점유율 격차를 넘어 미래 시장을 이끌어 가는 리더십이 차별성에 근간이 된다. AI는 새로운 기회다. AI가 아무리 뛰어난 추론을 하더라도 인간과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면 쓸모가 없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창인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K-디스플레이가 모빌리티·로봇·XR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방향성을 제시하는 주체가 되기를 바란다.
jeong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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