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절벽에 ‘신용대출 상환조건부’ 몰려
기존 대출 상환 전제로 주담대 한도 확대
동일 은행서 실행 시 현금 없이 한도 증액
신용대출 원금 최대 3배 증가 ‘DSR 마법’
[헤럴드경제=서상혁 기자] 부동산 막차를 타기 위해 너도나도 은행 문을 두드리는 요즘, 40대 직장인 신모 씨도 부동산 포모(FOMO·뒤처지거나 소외될 것 같은 두려움과 불안감)에 시달리다 얼마 전 은행 영업점을 찾았다. 마침 눈여겨보던 서울 근교 아파트가 있었지만 대출 한도를 문의한 결과 필요한 자금보다 1억원이 부족했다.
주택 구입 계획을 접으려던 차 신 씨에게 은행원은 “기존 신용대출을 상환하는 ‘상환조건부’ 특약을 이용하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늘릴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해당 은행에서 받은 5000만원의 신용대출을 상환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여유가 생겨 주담대 한도가 약 1억5000만원 늘어난다는 설명이었다. 마침 별도의 여윳돈도 없던 신 씨는 곧바로 특약에 가입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정부의 강화된 대출 규제로 부동산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대출자들 사이에서는 ‘신용대출 상환조건부’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을 상환해 DSR을 낮춘 뒤 그만큼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늘리는 방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별도의 현금을 투입하지 않고도 대출 한도를 큰 폭으로 늘릴 수 있다.
‘상환조건부’란 기존에 보유한 대출을 상환하는 것을 조건으로 주택구입 목적 등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확대하는 일종의 특약이다. 일반적으로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늘리는 방식이다.
A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가 B은행에서 상환조건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B은행은 차주가 대출 실행 당일 A은행 신용대출을 상환했다는 증빙을 제출하는 것을 전제로 대출 심사와 약정서 작성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한다. 이후 차주가 상환 증빙을 제출하면 근저당권 설정과 동시에 주택담보대출이 실행된다.
반면 신용대출을 받은 은행에서 상환조건부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에는 절차가 더욱 간단하다. 상환조건부로 증액된 주택담보대출 한도 내에서 신용대출을 즉시 상환한 뒤, 남은 금액만 차주에게 지급하면 된다. 차주 입장에서는 별도의 여윳돈을 들이지 않고도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는 셈이다.
상환조건부 특약을 통해 대출차주는 주담대 한도를 큰폭 늘릴 수 있다. 연봉 1억원 직장인이 연 6%의 신용대출 5000만원을 보유한 상태에서 연 4.5%의 변동형 주담대를 30년 원리금균등상환을 조건으로 받는 경우, 이 차주의 주담대 최대 한도는 3억2100만원이 된다. 반면 5000만원을 상환할 경우 최대 한도는 4억7600만원으로 신용대출 원금의 세 배가 넘는 1억5500만원의 한도가 추가로 생긴다.
스트레스 DSR 규제 영향을 덜 받는 고정형 주담대를 받는다면 한도는 더 늘어난다. 신용대출 5000만원을 보유한 상태에서 연 5.5%의 고정형 주담대를 받을 경우 이 차주의 최대 한도는 3억4800만원, 상환할 경우 5억1600만원으로 1억6800만원의 한도가 더 생긴다.
이른바 ‘DSR의 마법’ 때문이다. DSR은 차주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은행권에서는 일반적으로 DSR이 40%를 넘으면 추가 대출이 제한된다.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보다 만기가 짧아 연간 상환 부담이 큰 만큼 DSR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신용대출을 상환하면 그만큼 DSR 여력이 생겨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크게 늘릴 수 있다.
최근 들어 정부의 강화된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상환조건부’를 이용하려는 대출 차주들이 은행 창구에 몰리고 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는 잔금대출을 받으려는 차주들 사이에서 상환조건부 문의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모 은행 관계자는 “DSR을 비롯해 차주의 한도를 제한하는 규제가 강해지면서 어떻게든 한도를 늘려보려는 이들이 영업점을 찾고 있다”며 “주로 쓰지 않는 마이너스 통장을 해지하고 주담대를 받으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래도 상환조건부는 대출 차주들이 즐겨 쓰는 한도 증액 전략이었는데, 최근에는 주택 막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 상담이 부쩍 많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상환조건부는 반드시 신용대출 전액을 상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필요한 만큼만 상환해도 충분한 경우가 있는 만큼 반드시 은행과 상담한 뒤 상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은진 레오대출연구소 대표는 “예컨대 1000만원만 상환해도 필요한 한도가 나오는 경우에는 굳이 신용대출 전액을 상환할 필요는 없다”며 “은행마다 상환조건부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 만큼, 먼저 상환하지 말고 영업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강화된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은행권의 대출 여력이 바닥을 드러낸 만큼, 상환조건부도 조만간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의 지난 23일 기준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총 649조5398억원으로 정부가 정한 연간 증가 목표치 대비 2300억원가량 초과했다.
hyuk@heraldcorp.com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프롬프트의 신법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901.203c531a96884d4da174595cad521d59_T1.png?type=h&h=240)
![자산가의 저력은 하락장서 나타난다…위기 속 기회 찾는 ‘힘’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31/news-p.v1.20260831.a0fa168d036d4658b6cb03a0502c0de4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