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엿새 만에 대이란 공습 재개
이집트서 美LNG시설 드론공격에 화재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 공격 보복 추정
사우디, 미국과 합동공습…사실상 참전
후티, 사우디 유조선 공격·통행료 검토
페르시아만서 범중동 확전 긴장 최고조
미국이 엿새만에 대이란 공습을 재개한 가운데 이란 전쟁의 범위가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 북아프리카 등 범 중동권으로 확대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전쟁의 화염은 이라크, 요르단에 이어 이집트 앞바다까지 번졌다.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유조선에 타격을 입은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과 손잡고 이라크 내 친(親)이란 민병대를 공격하며 사실상 참전 선언을 했다. 이라크는 이를 “용납할 수 없는 침략”이라 규정한 가운데, 이란은 요르단 미군 기지, 이집트 항구에 있던 미국 소유의 에너지 저장시설 등으로 공격 범위를 넓혔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29일(현지시간) 요르단의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 이달 들어 미국과 공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공격한 미군 기지가 쿠웨이트, 바레인에 이어 요르단까지 늘어났다.
이란은 이집트 지중해 다미에타 항구에 있던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시설 공격의 배후로도 추정되고 있다. 영국 해안 보안업체 앰브리에 따르면 이날 다미에타항의 LNG 저장 및 운반 설비에서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저장시설은 미국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곳이다.
아직 이란이 해당 공격을 자행했다고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라크 민병대 공격에 대한 보복성 행위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과 사우디는 28일(현지시간)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인 민병대를 공격했고, 이에 이란 외무부는 29일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이란 외무부는 성명에서 “미국과 사우디의 이번 공격은 노골적인 이라크 주권 및 영토 보전권 침해이자, 유엔 헌장과 국제법의 기본 원칙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라며 “서아시아 지역에서 전쟁과 분쟁을 확대하려는 미국과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야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번 공습으로 희생된 이라크 국민에게 애도를 표하며, 이라크 정부 및 국민에 대한 이란의 전폭적인 지지와 연대를 재확인한다”며 “이런 비인도적인 도발 행위가 초래할 위험한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미국 정부와 그 역내 조력자들에게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과 사우디의 이라크 민병대 공격은사실상 사우디의 참전 선언이다. 중동 지역의 맹주이자, 수니파의 좌장 국가인 사우디는 그간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국내 미군 기지와 공항이 이란의 공격을 받아도 대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국에 대한 도발이 이란 대리세력인 후티 반군으로 이어지고, 유조선까지 공격을 받자 태도를 바꿨다.
예멘 내 반군인 후티는 자신들이 점거하는 사나 공항에 대한 공격 배후로 사우디를 지목하며, 사우디의 석유 수출을 가로막겠다는 명목으로 홍해 봉쇄를 선언했다. 이어 28일에는 사우디의 유조선을 폭격했고, 이에 사우디도 상응하는 타격으로 응수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사우디 국방부 대변인 투르키 알말키 소장은 이라크 민병대 공격을 알리며 “사우디는 긴장 고조를 모색하지 않지만, 어떠한 침략에도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연구 기관인 걸프국제포럼의 압둘아지즈 알가시안 선임 비상근 연구원은 NYT에 사우디가 전쟁 개입을 주저하는 것이 자국에 대한 공격을 “수용하는 것으로 오해”받고 있음을 인지했기 때문에 공개적인 공격을 하기로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가 현재 사방의 적들에게 “사우디를 공격하는 데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중동 정책 선임 연구원인 하산 알하산은 사우디가 이라크 내 무장 단체들에 대한 어떠한 공격이라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공습이 더 이상의 도발은 사우디가 미국과 더욱 밀접하게 연합하도록 할 것이라는 경고를 이란에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우디는 자국에 대한 공습을 자제하기 위한 제한적 타격이라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전선이 북아프리카와 지중해 연안으로까지 확산하는 결과를 낳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민병대 타격이 이라크 정부와 합의된 사안이라고 주장했지만, NYT는 이라크 국가안보회의가 “다수의 무고한 사람들”이 사상당했다고 규탄했다고 보도했다.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가 이 공습을 “용납할 수 없는 침략”이라고 규정했다는 보도도 전해졌다. 정부의 반발과 더불어 민병대도 보복을 다짐하고 있어, 자칫 화염이 더 번질 수도 있는 사안이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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