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북한은 미국 본토 전역을 겨냥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고체연료 엔진을 시험했다. 미사일의 방향은 미국이지만 그 충격은 한반도로 올 수 있다. 북한의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이 커질수록 유사시 한국 지원을 위해 미국이 감수할 위험도 커지고, 확장억제의 신뢰성은 더 큰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미동맹의 현대화로 ‘한국 방위의 한국화 시대’가 된 만큼, 북핵 위협의 변화에 비례한 미국의 지원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결국 커지는 위협에 대응하려면 한국의 독자적 대응능력이 중요해진다. 이때 현실적으로 어려운 독자 핵무장을 제외하면, 한국에 남는 선택지는 비핵군사능력의 발전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최근 첨단 군사과학기술이 비핵군사능력으로도 핵무기의 전략효과 일부를 대체할 가능성을 열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구체화한 개념이 비핵전략무기다. 최근 연구들은 비핵전략무기를 핵무기가 아니면서도 상대의 핵전력이나 국가 핵심능력에 전략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첨단 군사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 그 핵심은 특정 무기체계가 아니라 그것이 창출하는 전략효과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한국의 입장에서는 핵능력이 발휘하는 전략효과를 비핵전략무기가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질문이 된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미국 핵전략을 구성해온 두 전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핵전략은 크게 ‘확실한 보복’과 ‘피해 최소화’라는 두 전통 위에서 발전해왔다. 전자는 핵공격을 받으면 감당할 수 없는 피해로 보복하겠다는 위협으로 핵사용을 억제하고, 후자는 상대 핵전력을 압도하여 핵공격 성공 가능성과 전쟁 피해를 줄이려 한다. 핵무기의 역할을 설명하는 이 전통들로부터, 오늘날 군사과학기술에 기반한 비핵전략무기로 핵무기의 전략효과를 구현할 만한 영역을 두 가지 정도로 찾아볼 수 있다. 하나는 적 지도부와 지휘체계 등 체제 핵심 표적을 신속·정밀하게 타격하는 능력으로 치명적 보복을 위협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미 확장억제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적의 미국 본토 공격 능력을 탐지·추적·무력화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핵심 표적을 비핵전략무기로 지속 감시·추적하고 신속·동시·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다면, 핵무기의 전략효과도 어느정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비핵전략무기가 핵무기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비핵전략무기의 적 지도부와 지휘체계에 대한 치명적 보복 능력은 확장억제가 흔들릴 때 한국의 보험이 될 수 있다. 또한 비핵전략무기로 미국 본토 공격 능력을 무력화하는 것은 한국을 지원하는데 따르는 미국의 위험을 낮춰 확장억제를 보완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이 두 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비핵전략무기 능력의 발전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의 군사적 적용을 확산하는 국방 인공지능 전환(AX)과 우주·사이버·전자전 투자도 기술의 첨단성 자체보다 두 효과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나아가 그렇게 확보한 능력을 한미 공동기획 체계에 결합하여, 미국 확장억제의 실행력도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김광진 한국안보전략·시스템학회장 전 공군대학 총장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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