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기준 톤당 100달러 그쳐 손익분기점 하회
업계, 상반기 래깅 효과 힘입어 실적 개선 이뤘지만
중동 사태 길어지며 원가 부담 혹은 수익 둔화 우려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중동 분쟁 리스크가 재점화하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기업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값)이 감소세를 보이며 주요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 악화 우려도 제기된다.
1일 산업통상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 4월 평균 톤(t)당 약 315달러, 6월 평균 135.3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 7월 30일(일간) 기준 100달러에 그쳤다. 약 석 달 새 3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통상 250~300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 이를 한참 밑돈 수준이다.
나프타 가격은 올해 1분기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이어진 이후, 공급 차질 우려로 급등했다. 월평균 가격은 3월 1018. 64달러, 4월 1063.14달러로 치솟았지만 종전 합의 이후 중동 공급망 불안이 완화되면서 빠르게 안정세를 보여 6월에는 708.41달러까지 내려갔다. 다만 7월(1~28일) 들어서는 798.1달러로 다시 반등했다.
에틸렌 월평균 가격 또한 3월 t당 1216.25달러로 전월(663.75달러) 대비 2배 가까이 오른 뒤 4월 1378달러까지 치솟은 바 있다. 다만 5월 1097.5달러로 내린 뒤 6월 843.75달러까지 하락했고, 7월(1~24일)에는 852.5달러를 기록했다. 즉 7월 들어 중동 긴장 재고조로 인해 원료비 가격은 다시 올랐지만, 제품 가격은 약세가 지속되며 역마진 우려까지 제기된다.
앞서 석유화학 업계는 지난 1분기 중동 전쟁 격화에 따른 제품 가격이 상승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이는 3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며, 저가에 미리 확보해둔 원재료 재고가 비싼 값에 팔리는 제품에 투입돼 마진이 늘어난 덕이다.
2분기까지도 이 같은 재고 래깅 효과(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가 지속된 것으로 풀이된다. 2분기 실적에 반영되는 4~5월 나프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갔고, 종전 합의에 따른 원료 가격 약세는 지난 6월 들어 나타나 2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이 짧았다.
다만 하반기 이후 석유화학 업계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첩첩산중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의 향방에 따라 어느 쪽이든 타격이 불가피한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먼저 중동 긴장이 현 수준으로 장기화할 경우, 고유가에 따른 나프타 원가 부담은 커지는데 전방 수요 침체로 에틸렌 가격은 오르지 못하는 흐름이 굳어질 수 있다. 제품을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셈이다.
반대로 분쟁이 극적으로 타결돼 국제유가와 나프타 가격이 급락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비쌀 때 사둔 원료로 만든 제품을 낮아진 제품가에 팔아야 하는 ‘역래깅 효과(원재료 투입 시차에 따른 이익 감소)’가 발생해 단기적인 대규모 실적 둔화가 불가피하다.
결국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실질적인 전방 수요 회복이 동반되지 않는 한, 외부 변수에 기댄 실적 개선은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석화업계는 하반기 구조재편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근 정부는 대산 1호에 이어 여수 2호 석유화학 재편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다만 울산의 경우 오는 11월 에쓰오일의 9조원 규모 ‘샤힌 프로젝트’가 준공될 예정이어서 재편 논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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