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되는 이온몰 구마모토 인근. [연합]
통제되는 이온몰 구마모토 인근. [연합]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일본 구마모토 강진 당시 발생한 이온몰 폭발 사고로 숨진 20대 여성 직원이 지진 직후 한 차례 대피했다가 회사의 지시를 받고 다시 매장으로 들어간 뒤 목숨을 잃은 사실이 알려졌다. 생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온 가장이었다는 사연까지 전해지면서 당시 회사의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숨진 이온몰 잡화점 직원 오오타케 구루미(22)의 유족은 “지진이 발생해 한 번은 대피했는데 회사 지시로 다시 들어갔다가 숨졌다”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족에 따르면 오오타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4년 전 잡화점에 입사했으며, 지난달부터 이온몰 구마모토 내 매장에서 근무해 왔다.

사고 당일인 지난달 28일에도 근무 중이던 그는 강진이 발생하자 일단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현장에서 우연히 사촌과 이모를 만났지만 “회사가 매출금을 금고에 넣으라고 했다. 매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 뒤 만류를 뒤로하고 동료와 함께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오오타케가 매장으로 복귀한 지 약 5분 뒤 건물 내부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했다. 일본 언론들은 식당가 등에 연결된 가스관이 지진으로 손상되면서 누출된 가스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유족은 휴대전화 위치 정보를 확인한 뒤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무사하기를 기다렸지만, 오오타케는 다음 날 새벽 함께 근무하던 동료와 함께 매장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 훼손이 심해 DNA 감정을 거쳐 신원이 최종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중·고등학교 시절 배구를 했고 밝고 성실한 아이였다”며 “세상을 떠나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지진이 발생해 한 번은 대피했는데 회사 지시로 돌아갔다가 숨진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오타케는 3남매의 장녀로, 3년 전 아버지를 여읜 뒤 사실상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온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좋아하던 남성 아이돌 공연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던 그는 성실한 성격으로 주변의 신뢰를 받았다고 한다.

친척은 “밝고 성실하며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아이였다”며 “한 번은 살아 나왔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 워낙 순하고 책임감이 강한 아이라 ‘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너무 분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앞서 지난달 28일 구마모토현을 강타한 강진 직후 대형 쇼핑몰인 이온몰 구마모토에서는 대규모 폭발이 발생해 7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NHK와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경찰은 건물 내부를 여러 차례 수색한 결과 추가 실종자나 안부 불명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구조·수색 작업을 종료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일본에서는 재난 발생 직후 사업장의 안전조치와 근무 지시가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확산하고 있다. 경찰은 폭발 원인과 함께 당시 대피 과정 및 회사 측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경위를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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