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리센츠 임사자 ‘10년 보유’ 양도세 따져보니

상생임대 요건 충족해도 2배 이상 증가할 수 있어

6일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에 붙어있는 세제개편안 관련 안내문. [연합]
6일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에 붙어있는 세제개편안 관련 안내문. [연합]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예고한 상황이라 2028년 12월까지 매각이 불가능합니다. 매도하고 싶어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세 낀 집을 매도하기가 쉽지 않죠. 상생임대 요건도 지켰는데 ‘징벌적 과세’를 피할 길이 없습니다

등록임대사업자 이모씨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정부가 ‘2026년 세제 개편안’을 통해 올해 말 일몰되는 상생임대 특례를 폐지하기로 한 가운데, 상생임대 요건을 지킨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양도세)가 배 이상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 사업을 독려할 땐 전체 임대 기간에 임대료를 5% 이하로 한 번만 올려도 비과세나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혜택을 부여하더니, 이제는 현재 임대차 계약이 상생임대일 경우에만 유예를 인정해주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발표되면서 불만과 혼란의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상생임대 요건 지켰어도…현 계약 5% 이상 올렸으면 양도세 2배

7일 헤럴드경제가 양동현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팀장에 시뮬레이션을 의뢰한 결과 임대사업자 A씨(비거주 1주택자)가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소재한 리센츠 84㎡(이하 전용면적) 아파트를 10억원에 매수해 36억원에 매도한다고 가정했을 때 매도 시점에 따라 양도소득세는 최고 161%까지 폭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A씨가 이 아파트를 10억원에 매수해 8년 의무임대기간을 채우고 오는 2027년 36억원에 매도한다면, 1세대 1주택 비과세와 장특공 50% 혜택을 적용 받아 3억5971만원의 양도세(지방세 포함)만 내면 된다. 정부가 올해 말까지 상생임대차 계약이 종료되는 경우 2027년 12월 말까지 매도하면 기존 혜택을 그대로 부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차인이 계약갱신권을 실행해 매도시점이 2028년으로 연기되고, 또 현 계약이 5%를 초과해 임대료를 인상했다면 세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10년 전 10억원에 리센츠를 매수한 A씨가 2028년에 이 아파트를 36억원에 매도한다면 장특공 10%만 적용돼 양도세액이 6억9843만원으로 94% 늘어나게 된다.

만약 임차인 사정으로 매도 시점이 2029년까지 가게 된다면, 세액은 7억8423만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A씨가 상생임대사업자가 아닌 다주택자라면 세액은 더 늘어난다. 다른 집을 한 채 더 가진 A씨가 10년간 집을 보유하다 2028년 같은 조건으로 매도한다면 정부의 유예 조치로 장특공이 30% 적용된다고 해도 2주택자 10% 중과가 적용돼 10억2705만원의 양도세를 납부해야 한다. 장특공이 아예 미적용되는 2029년에는 양도차익 26억원의 68%에 해당하는 17억8468만원의 양도세를 내게 된다.

대통령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이상하다” 한 마디에 폐지…시장 ‘반발’

이처럼 매도 시점에 따라 세액이 크게 달라지다 보니 시장에선 이 같은 임대차 기간이 2028년 이후로 이어지는 경우 집을 늦게 팔 수 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임대인 A씨는 “문재인 정부 당시 임대사업 등록을 독려하길래 ‘5% 룰’을 지키며 8년간 임대하고, 올해 3월 재계약 했는데 내년까지 어떻게 파느냐”며 “4년 임대차 계약이 만료돼야 매도가 가능해 이사가라 했더니 ‘이사비·복비·피해보상’ 명목으로 3000만원을 요구하더라”고 호소했다.

상생임대인 제도는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를 위해 시행한 것으로 1주택자가 종전 계약 대비 5%만 인상하는 조건으로 임대계약을 맺으면 1주택 장특공의 2년 거주 요건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지난 달 2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지난 달 2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임대사업자 등록만 하면 집을 수백 채씩 사모을 수 있는 제도가 이상하다”며 매입임대 제도와 등록임대주택에 주어지는 각종 세제 헤택을 강하게 비판하더니, 결국 이번 세제개편안을 통해 상생임대 특례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임대사업자는 해당 주택을 내년 말까지 팔아야 2년 거주요건을 인정받을 수 있다. 2027년 1월 이후 상생임대차 계약이 끝날 때는 ‘임대차 계약 종료 후 1년이 되는 날’과 ‘2029년 12월 31일’중 빠른 날 이전에 매도하면 2년 거주를 채운 것으로 인정받는다고 했다. 일종의 ‘유예기간’을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조건은 현재 임대차 계약이 ‘상생임대’일 때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상생임대 계약은 이미 종료됐고, 재계약을 하면서 임대료를 5% 이상 인상했다면 상생임대 계약이 아닌 만큼 내년 말까지 팔아야 2년 거주 요건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번 세제개편 전까진 양도세 비과세나 장특공제 헤택은 전체 임대 기간에 한 번만 5% 이내로 올려도 매도 시점과 관게없이 받을 수 있던 헤택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예컨대 A씨의 사례의 경우 이전 정부의 말을 믿고 상생임대 요건을 지킨 뒤, 현재 계약이 5%를 초과해 임대료가 인상됐다면 순식간에 2배의 세금을 내야하는 것이다.

“정부가 했던 약속, 바꾼 것은 문제 있다” 의견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제처가 운영하는 국민참여입법센터 홈페이지에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에 대한 입법의견이 7일 현재 1140건 넘게 달렸다. 중년층의 한 임대인 이모씨는 “18평짜리 아파트 임대를 주고 ‘8년 장기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며 “올해 9월 만료가 예정돼 있지만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예고한 상황이라 2028년 12월까지 매도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상생임대사업자 헤택이 기한부로 소급 적용되는 것에 대해 “법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 했던 약속을 현 정부에서 바꾸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개정은 부진정 소급효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적 문제를 단정짓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책적 판단에 국민의 재산권을 덜 침해하는 방법은 없었을지 따져보는 문제제기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h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