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찰의 창경 81주년,
헤럴드경제는 서울의 31개 경찰서를 소개합니다.
우리동네 경찰서 (9) 서울 마포경찰서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전국에서 차가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다리 중 하나인데, 또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 멈춰 서는 곳이기도 해요.”
지난달 29일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소속 김명규 경위의 순찰차에 동승해 마포대교 북단부터 남단까지 순찰을 지켜봤다. 그는 근무시간 중에도 몇 차례씩 마포대교를 순찰한다. 그의 임무 중 하나는 마포대교를 지키는 일. 특히 이곳에서 투신하려는 사람들을 살리는 일이다.
지난 6개월 사이 김 경위는 자살 시도 신고를 받고 103번 출동했다. 이 가운데 75건이 마포대교에서 발생했다.
“‘한 바퀴 더 돌자, 한 바퀴 더 돌아보자’ 그렇게 몇바퀴를 더 돌아보곤 해요.”
그는 처음 자살 기도자와 마주했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도 마포대교였고, 다리 난간에 서있는 사람을 다급히 불렀지만 그는 다리로 뛰어내렸다. 다행히 물에 빠진 투신자를 구조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도대체 왜 뛰어내렸을까’ 하는 질문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고 한다.
김 경위는 2008년 경찰에 입직해 청와대를 경비하는 101경비단을 거친 뒤 2015년부터 10년 넘게 마포경찰서 관내 지구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마포구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주민이기도 하다.
김 경위는 죽음만 바라보고 마포대교를 찾은 사람 중엔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을 기다리는 이들이 숱하게 많았다고 말했다.
김 경위는 “묵묵히 곁을 지켜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경찰관 생명을 구하는 경찰관이 되고 싶다”며 “지금도 가장 안도하는 순간은 ‘생명에 지장 없습니다. 구조했습니다’라는 무전을 들을 때”라고 말했다.
81년째 같은 자리 지키는 경찰서
김 경위를 포함해 마포경찰서에는 920여 명의 경찰관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마포구에 거주하는 37만여명의 치안을 책임진다. 마포경찰서는 국립경찰이 창설된 1945년 10월 21일 현재의 위치(마포구 아현동 618-1번지)에 문을 열었다. 5개 지구대(용강·홍익·월드컵·공덕·서강)와 3개 파출소(상암·망원·연남)를 운영하고 있다.
개서 당시에 한강 포구가 있던 마포구는 80여년이 지난 현재 서부권의 교통·경제·교육·문화의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공항철도와 지하철 2·5·6호선, 경의중앙선이 관통한다. 간선도로인 내부순환로와 강변북로와 주요 한강다리가 관내에 있다. 디지털미디어시티(DMC)를 중심으론 방송국과 IT 기업이 모여 있고 홍대 젊음의 거리에는 클럽 등 유흥시설이 밀집해 있다.
마포경찰서가 책임지는 영역에서 들어온 112 신고 건수는 지난해 12만7051건(일평균 305건)으로 서울 31개 경찰서 중 두 번째로 많다.
마포경찰서 1층 로비에는 두 개의 추모상이 있다. 44년 전 아현동 도시가스 누출 사고 현장에서 시민을 구하려다 순직한 고(故) 김유연 경사와 고(故) 황재하 상경을 기리는 부조상이다.
1982년 11월 5일 마포구 아현동 도시가스 정압장에 가스가 누출됐다. 당시 마포구 용강동에서 교통순찰 근무 중이던 김유연 경사(당시 31세)는 작업하던 인부들이 가스에 질식됐다는 상황을 공유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김 경사와 함께 현장에 나간 황재하 상경(당시 20세)은 인부 3명을 구조하기 위해 지하 정압장으로 들어갔다가 함께 질식해 순직했다.
마포경찰서는 2004년 김유연 경사의 추모 부조상을 제작해 1층 로비에 설치했다. 이후 직원들이 성금을 모아 2009년 11월 5일엔 황재하 상경의 추모상도 그 옆에 세웠다. 직업 경찰관이 아닌 순직한 전·의경의 추모상이 제작된 것은 창경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마포의 얼굴들] 여지은 경장(용강지구대), 김익진 경장(교통과)
용강지구대에 근무하는 여지은 경장. 2024년 7월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직한 뒤 용강지구대 3팀에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입직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그가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건수는 800건이 넘는다.
수많은 현장 중 여 경장이 잊지 못하는 사건은 지난해 8월 발생한 ‘대흥동 살인사건’이다. 지난해 8월 밤 11시께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세무서 인근 대로변에서 30대 남성이 지인을 흉기로 찔렀다. 피해자는 사망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여 경장은 “흉기를 든 범인이 다른 시민을 해치거나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범인을 붙잡고 과학수사팀이 증거를 채취한 뒤엔 주변 학원과 스터디카페에 있던 학생과 주민들이 충격받지 않도록 순찰차로 모래주머니를 실어 나르고 건물 유리창 핏자국을 닦는 등 밤새 현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치매가 걸린 후 자주 실종신고가 접수되던 어르신을 도운 일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작년 여름, 지하철 2호선 이대역 일대를 자주 배회하던 치매 어르신이 있었다. 집을 나와 길을 잃는 일이 반복됐고 더운 날씨 속에 실종 신고가 접수될 때마다 경찰은 한 시간 넘게 주변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여 경장은 귀가를 돕는 것만으로는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노인복지관과 구청, 보호자들이 함께하는 통합사례회의를 제안했고 배회감지기를 지급하고 이대역 주변 상인들에게도 노인의 인상착의를 알렸다. 이후 그 어르신이 실종됐단 신고가 또 들어왔다. 하지만 미리 대비한 덕에 5분 만에 어르신을 발견했다.
장마철에는 반지하 주택이 많은 관내를 직접 돌며 주민 제보 QR코드를 제작해 침수 위험 지역을 미리 파악하는 등 예방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마포경찰서 교통과 교통외근 2팀에 있는 김익진 경장은 2023년부터 성산대교와 양화대교 등을 누비며 각종 축제와 행사 관련 교통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교통 순찰은 단속뿐 아니라 또 다른 범죄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난 2월 김 경장은 성산동과 상암동 일대를 순찰하던 중 과태료 체납 차량을 발견했다. 이때 차량 소유자가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혐의로 수배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김 경장은 팀원들과 함께 차량 소유주를 체포했다. 조사해 보니 그는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피해자들의 현금을 받아내는 수거책이었다.
그가 현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 피해가 커지는 사고를 마주할 때라고 했다.
김 경장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교통량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운전자뿐 아니라 뒷좌석 탑승자도 반드시 안전벨트를 착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오늘도 모든 시민이 사고 없이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시민의 평범한 하루를 지키기 위해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i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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