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지난 3일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증시로 자금을 유도하겠다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국내 투자 혜택을 늘리는 과정에서 기존 ISA 가입자의 선택권과 운용 유연성까지 줄일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존 ISA는 유지하면서 생산적금융 ISA를 별도로 추가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이 수정될지 주목하고 있다. 전날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기존 ISA를 건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밝히면서다. 현재까지 여당에서 거론한 방향은 기존 ISA는 유지하고 생산적금융 ISA를 추가하는 것까지다. 구체적으로 기존 ISA의 어떤 조건을 유지하거나 손질할지, 생산적금융 ISA를 기존 ISA와 어떤 관계로 운영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3일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투자 혜택을 늘리기 위해 기존 ISA의 계약기간과 납입 방식까지 바꾼 정부안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국내 투자자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주는 것과 기존 ISA의 운용 조건을 바꾸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만큼, 기존 가입자의 선택권까지 줄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안의 핵심 논란은 기존 ISA의 운용 유연성을 줄이는 대신 국내 투자 전용 ISA에 혜택을 집중했다는 데 있다. 일반 ISA는 계약기간을 3년으로 하고 최대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하며, 연간 납입한도 이월도 폐지한다. 반면 새로 도입하는 생산적금융 ISA에는 이자·배당소득 전액 비과세와 총 2억원의 납입한도, 최대 10년의 투자기간을 부여한다. 국내 주식·국내 주식형 펀드·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등에 투자하도록 하고, 국내 상장 해외 주식형 ETF는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느냐는 데 있다. 국내 투자 혜택을 늘리는 것과 기존 ISA의 선택지를 줄이는 것은 별개라는 이유에서다. 투자자들은 세금만 보고 투자처를 정하지 않는다. 기대수익률과 투자 대상, 시장 전망 등을 함께 따지는 만큼 국내 투자 혜택을 높인다고 해서 해외투자 수요가 그대로 국내로 옮겨갈지는 불확실하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개편을 “세제 혜택 확대라기보다 투자 대상을 국내 자산으로 유도하는 ‘선택적 인센티브’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책 목적은 명확하나 자금은 투자 매력도를 따라 움직인다”며 “해외투자에 페널티가 걸린 국내시장 복귀계좌(RIA)가 큰 호응을 받지 못했듯, 단순 세제 혜택만으로는 장기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ISA에서도 해외투자 수요는 이미 커졌다. 최근 ISA 내 해외 ETF 비중이 20% 안팎까지 확대된 만큼, 국내 투자 전용 ISA의 혜택을 키운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반드시 국내 자산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부 투자자는 생산적금융 ISA 대신 ISA 밖에서 해외주식을 직접 투자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관련 논란이 커지자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ISA 개편안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이 참석한 상황점검 회의에서 ISA 개편안을 두고 “정확하게 준비도 하지 않고 왜 그렇게 한 것이냐”고 지적하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9일 민주당 기자간담회에서 한 정책위의장이 수정 가능성을 공식화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당정 논의에서는 기존 ISA의 계약기간과 납입한도 이월 등 기존 가입자의 운용 조건을 어느 수준까지 유지할지가 다뤄질 전망이다. 기존 ISA의 선택권은 최대한 보장하면서 생산적금융 ISA에는 추가적인 세제 혜택을 줘 국내 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구체안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정부 세제개편안은 이달 말 당정 조율을 거쳐 국회 제출 전 최종안이 정리된다. 입법예고는 오는 20일까지 진행된다. 이후 27일 차관회의, 다음 달 1일 국무회의를 거쳐 9월 3일 이전 정기국회에 제출된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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