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대 첨단전략산업부터 소부장·공급망까지 금융 지원 확대

기술개발·설비투자·사업확대 등 성장 단계별 맞춤 자금 공급

BIZ프라임센터 14곳 구축…지역선도기업대출 상반기 4464억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헤럴드DBIZ]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헤럴드DBIZ]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은행권 기업금융의 평가 잣대가 바뀌고 있다. 대출의 상환 가능성과 공급 총량을 따지는 데서 벗어나, 금융이 기업의 성장은 물론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얼마나 끌어올렸는지를 중시하는 ‘생산적 금융’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개별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기존 방식을 넘어 첨단전략산업과 밸류체인 전반으로 금융 지원을 넓히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필요한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사업 확장을 단계별로 뒷받침해 산업 생태계 전체의 성장을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12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생산적 금융 공급 규모는 16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원 분야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이차전지, 미래차, 바이오, 방산, 수소, 디스플레이, 로봇 등 9개 첨단전략산업이다. 관련 장비·부품과 공급망, 인프라 구축 기업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우리은행은 연초 ‘생산적금융 가이드북’을 영업 현장에 배포해 지원 기준과 실행 체계를 구체화 했다.

첨단전략산업에 자금 공급을 집중하는 배경에는 한국 경제의 성장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철강·조선·자동차가 주도하던 수출 산업의 중심이 반도체와 AI, 이차전지 등으로 이동하면서 금융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첨단산업은 대규모 R&D와 생산설비 투자를 거쳐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기업이 자체 자금만으로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견디기 쉽지 않은 구조다. 대표기업 몇 곳만 성장해서는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됐다.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협력업체가 함께 성장해야 안정적인 공급망과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어서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직접 이끌고 있다. 정 은행장은 중소기업그룹장과 기업영업 현장을 두루 거친 기업금융 전문가다. 우리은행의 전통적 강점인 기업금융 역량을 토대로 현장 중심의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술개발→설비투자→사업확대…성장 단계별 금융지원 구축

우리은행은 단일 금융상품을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대신 기업의 기술력과 성장 단계, 자금 용도에 맞춰 보증과 대출을 연계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기술개발·사업화 단계에서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 보증기관 연계 협약보증을 통해 금융 접근성을 높인다. 설비투자·생산 단계에 진입한 기업에는 시설자금과 운전자금을 공급한다. 사업 확대 단계에서는 대기업 협력기업 상생대출 등을 활용해 지원 범위를 넓힌다.

협약보증 상품도 잇달아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0월 신용보증기금과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협약보증을 체결했다. 올해 4월에는 소부장 분야 기업과 신성장동력산업 영위 기업을 아우르는 포용 금융지원 협약보증을 추가했다.

기술보증기금과는 지난해 9월 시중은행 최고로 소셜벤처기업 대상 협약보증을 사행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첨단제조 등을 겨냥한 ‘AtoF 미래전략산업 육성’ 협약보증을 역시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선보였다.

올해 3월에는 기술보증기금이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한 기업을 대상으로 ‘고성장 스케일업 협약보증’을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이 단독 상품으로 출시했다.

BIZ프라임센터 14곳…지역·기술 기반 발굴 채널 확충

기업금융 전담조직인 ‘BIZ프라임센터’는 전국 14곳으로 늘었다. 우리은행은 2023년 7월 반월·시화 센터를 시작으로 남동·송도, 창원·녹산, 대구·경북, 울산, 판교, 화성·평택 등 국가산업단지와 산업 클러스터 인근에 센터를 순차적으로 열었다.

지난해 7월과 12월에는 첨단전략산업 기업을 권역내 주요 고객으로 삼는 광화문과 강남 센터가 문을 열었다. 올해 7월에는 국민연금공단과 새만금 관련 투자 수요를 겨냥한 NPS전북 센터를 신설했다. 각 센터는 기업 여신뿐 아니라 재무 컨설팅 등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우수기업 발굴 채널도 다변화하고 있다. ‘Rising Leaders 300’은 산업통상부가 추천한 기업에 우량중견특별대출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이다. 1~7기 선정기업은 225개사로, 이 가운데 KOTRA 추천기업은 113개사다. 현재는 8기 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전국 12개 지역지식재산센터와도 업무협약을 맺어 담보보다 기술력을 중심으로 한 자금 공급을 강화했다. 동반성장펀드를 활용해 1·2차 소부장 협력업체까지 자금이 흘러가도록 하는 매칭 지원도 병행한다.

비수도권의 신성장·첨단·주력산업 중소·중견기업에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우리지역선도기업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공급 실적은 지난해 4분기 1668억5000만원, 179건에서 올해 상반기 4464억원, 371건으로 확대됐다. 건당 평균 공급액은 9억3000만원에서 12억300만원으로 29.1% 증가했다. 지원 건수뿐 아니라 기업 한 곳에 공급되는 자금 규모도 커진 셈이다.

우리은행은 앞으로 기업대출 총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특성에 맞춘 금융 지원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협약보증과 지역 BIZ프라임센터를 양대 축으로 첨단전략산업 중심의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고, AI 기반 기업 분석과 산업별 전문 금융 역량도 강화할 계획이다.


w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