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직 구인난에 정년 넘긴 숙련인력 계속 고용 필요
향후 5년 정년연장 대상 84%가 중기 근로자
일률적 정년 연장은 인건비 등 경영 부담 우려
“인센티브 강화하고, 기업 선택권 넓혀야”
[헤럴드경제=부애리 기자] “생산직은 젊은 사람을 뽑기가 워낙 어렵습니다. 숙련된 직원은 정년이 지나도 계속 일해주면 회사 입장에서도 좋죠. 하지만 정년을 일률적으로 늘리면 인건비 부담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뽑기가 어려워집니다.”
제조업을 하는 중소기업 A사는 정년을 맞은 생산직 근로자 가운데 일부를 계속 고용하고 있다. 이 기업에서는 70세까지 근무한 사례도 있다. 청년 인력 채용이 쉽지 않은 데다 오랜 기간 현장에서 일한 숙련공의 노하우가 필요해서다. A사 임원은 “정년 이후에는 건강 상태나 직무 수행 능력, 현장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용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소재 중소기업 B사의 상황도 비슷하다. B사 관계자는 “숙련된 직원이 계속 일해주는 것은 회사에도 도움이 되지만 직무마다 사정이 다르다”라며 “지금은 상당 정년퇴직자를 촉탁직으로 고용하는데, 정년이 연장되면 인건비나 산업재해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년연장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이처럼 숙련 인력 확보와 비용 부담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생산직을 중심으로 청년 인력 채용이 어려운 중소기업은 숙련된 고령 근로자를 계속 고용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만, 정년을 일률적으로 연장할 경우 인건비 상승과 산업재해 위험성 부담부터 세대 간 갈등이나 신규 채용 위축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령화 속도 빨라지는 중소기업계
13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중소기업 청년-고령자 간 세대 상생 고용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정년연장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는 55~59세 정규직 근로자는 176만7178명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300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는 148만2625명으로 전체의 83.9%에 달했다. 중소기업의 59세 근로자만 약 27만5000명 수준이다. 정년연장이 현실화될 경우 그 영향은 중소기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중소기업의 인력 구조는 이미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 임금근로자 가운데 50세 이상 비중은 44.0%로 대기업(25.3%)보다 18.7%포인트 높았다. 고령화 속도도 대기업보다 빠르다. 2015년 중소기업 임금근로자 가운데 39세 이하 비중은 42.5%였지만 지난해 35.1%까지 7.4%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50세 이상 비중은 31.6%에서 44.0%로 12.4%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의 경우 같은 기간 39세 이하 비중 감소 폭은 4.1%포인트, 50세 이상 비중 증가 폭은 5.5%포인트였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이미 ‘정년 후 재고용’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정년제를 운영하는 중소기업 가운데 재고용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 비중은 2020년 23.9%에서 지난해 40.4%로 16.5%포인트 상승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30~99인 기업의 재고용 제도 운영 비중이 60.1%로 가장 높았고, 100~299인 기업도 59.9%에 달했다. 10~29인 기업은 46.6%, 5~9인 기업은 41.4%였다.
일률적 ‘정년연장’은 경영 부담…선택권 넓혀야
다만 중소기업계는 ‘정년연장’과 ‘정년 후 재고용’은 큰 차이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년 후 재고용은 근로자의 건강 상태나 직무 수행 능력, 기업의 인력 수요 등에 따라 고용 여부를 결정하고 임금과 근로 시간 등 근로조건을 새롭게 정할 수 있다. 반면 정년 자체가 연장될 경우 기존 인사·임금체계와 맞물려 비용 부담이 커진다.
특히 중소기업은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임금피크제 도입 비중도 낮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 이후 임금을 조정하는 대신 고용을 유지하는 방식이어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낮추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이를 도입하려면 임금 감액 수준과 적용 대상, 직무 등을 설계하고 노사 협의 등을 거쳐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사·노무 관리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임금피크제 설계와 운영 자체도 부담이다. 실제 정년제를 운영하는 중소기업 가운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 비중은 지난해 16.3% 수준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의 경우 일률적인 정년연장보다는 기업 상황에 따라 정년연장과 재고용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특히 고령자 계속 고용이 신규 채용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대 상생’ 지원책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노민선 중기연 실장은 “정년연장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기업의 임금체계 개편을 지원하고 계속 고용 방식에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며 ”또 신규 채용을 유지·확대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강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고령자의 고용 안정과 신규 인력의 노동시장 진입이 충돌하지 않는 구조도 만들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b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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