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유죄 선고했는데 2심에서 공소기각
검사 수사 개시 불가 판단…대법서 확정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이른바 ‘명문대생 마약동아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기각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은 검찰이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기존 마약 사건을 수사하다가 별도의 단서를 통해 포착한 이들의 범죄에 대한 수사를 개시한 것은 위법하다는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3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대마)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이 사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소기각이란 실체 판단 없이 사건을 그대로 종결시키는 절차로 형사소송법은 법원이 판결이나 결정으로 공소기각 선고를 해야 하는 사유를 정하고 있다. 검사의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인 경우,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해 다시 공소가 제기된 경우 등이다.
재판부는 “원심의 공소기각 판단에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 단서에서 정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A씨는 수도권의 한 대학생 연합동아리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지난 2023년 필로폰·LSD·MDMA·대마 등을 매수하거나 수수해 투약·사용한 혐의 등을 받았다. 대학병원 의사인 B씨에게는 A씨와 함께 MDMA를 매수해 투약·소지하고 액상대마를 흡연한 혐의 등이 적용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마약류 관련 범죄는 그 특성상 적발이 쉽지 않고 마약류의 중독성 등으로 인하여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매우 큰 범죄”라며 “피고인들이 다룬 마약류의 종류, 다루게 된 경위 등에 비춰 볼 때 그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심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와 B씨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했다. 검찰에 두 사람의 범죄에 대해 직접 수사를 개시할 권한이 없고, 이후 이뤄진 공소제기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심은 두 사람의 범행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과정을 문제삼았다. 당초 경찰은 지난 2023년 12월 연합동아리 회장 C씨 등에게 LSD 판매·투약과 필로폰 소지 등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해당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들의 추가 범행에 관한 수사를 이어가다가 A씨와 B씨의 범행을 추가로 파악하게 됐다.
법원에 따르면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던 2024년 5월 동아리 회원이었던 D씨가 자수서를 제출하면서 A씨의 범행이 새롭게 포착됐다. 해당 자수서에는 ‘A씨와 함께 필로폰으로 추정되는 가루를 투약하고 LSD를 사용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검찰은 이를 단서로 A씨에 대한 직접수사에 착수했고, 수사 과정에서 B씨의 범행까지 확인해 수사를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청법은 검사가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 인지한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 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심에선 A씨와 B씨의 범죄가 경찰이 송치했던 기존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검찰은 동아리 회장 C씨의 마약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A씨 등의 범행이 확인됐고, 일부 증거가 공통되는 데다 범죄 유형도 같은 마약 범죄인 만큼 직접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씨 등의 범행이 경찰 송치 사건을 수사하던 중 곧바로 발견된 것이 아니라 다른 동아리 회원의 자수라는 별도의 수사 단서를 통해 포착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두 사람이 경찰 송치 사건의 공범이 아닌 데다 B씨는 해당 동아리 회원조차 아니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2심 재판부는 “단순히 동종·유사 범죄라는 사정만으로 검사의 수사 개시가 가능하다고 본다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수사를 개시한 검사가 직접 A씨와 B씨를 기소한 것도 문제가 됐다. 검찰청법은 4조 2항에서 검사가 자신이 수사를 개시한 범죄에 대해 직접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y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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