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지도부 삭발 “사측이 대화 외면, 대결 선택”

사측 “노조가 ‘조항별 수용 결정하라’ 일방 요구”

부산 반도체 테스트 부품기업 리노공업 노조 지도부가 14일 삭발 단식농성에 나섰다. [연합]
부산 반도체 테스트 부품기업 리노공업 노조 지도부가 14일 삭발 단식농성에 나섰다. [연합]

[헤럴드경제(부산)=정형기 기자] 부산 지역 상장기업 중 시가총액 1위(약 5조4300억원대·코스닥 6위)인 반도체 테스트 부품기업 리노공업의 노사갈등이 삭발과 단식농성으로까지 번졌다.

14일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리노공업지회는 지난달 2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이어오고 있고, 실제 근무 직원 665명 중 34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조합원 350명이 참석한 집회에서는 김승하 노조위원장, 이헌남 수석부지회장, 남주영 새미래노동조합 위원장이 삭발했고, 이 수석부지회장은 이날부터 단식에도 들어갔다.

노조는 “회사가 대화와 교섭을 외면한 채 대결만 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교섭을 통한 해결을 지속 요구해 왔지만 회사는 실질적 교섭보다 대결적 태도를 고수해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파업 참여 조합원을 압박하기보다 노조와 마주 앉아 원인을 확인하고 해결책을 찾으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단체협약과 관련해 노조가 회사안과 조정할 생각 없이 ‘노동조합 제시안에 대해 각 조항별로 받을지 말지만 결정하라’고 요구하며 회사에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문제를 풀기보다 전면파업과 장외집회에 이어 단식까지 나서 압박수위만 높이는 방식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5년간 연평균 1740%의 성과급을 지급해왔고 2024년 기준 직원 1인 평균급여액이 1억1700만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노사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 지급방식을 둘러싼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이다. 노조는 최근 사측에 제시한 수정안에서 고정상여금 400%와 상반기 성과급 300%에 더해 연말 별도 경영성과급을 회사 경영사정에 따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사측은 “이 경우 사실상 정기상여금이 700%에 달해 통상임금이 현재보다 약 58.3% 상승하는 구조가 된다”고 반박한다.

앞서 지난 1일 노조가 제시한 수정안에는 ▷조합원에게만 1인당 2000만원의 타결금을 지회에 일괄 지급하도록 하는 조항과 ▷회사의 분할·합병·자동화설비 도입·외주화 등 주요 경영판단에 노조와 사전합의하도록 하는 단체협약 조항도 담겼다.

파업이 3주 넘게 이어지며 반도체 테스트 핀·소켓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다. 리노공업은 ▷TSMC ▷엔비디아 ▷퀄컴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의 반도체 패키징 후 최종 불량여부를 판정하는 테스트 공정용 부품 ‘리노핀(Leeno Pin)’과 ‘IC 테스트 소켓(Test Socket)’을 납품하는 코스닥 대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다.

사태가 길어지자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이 지난 4일 노사 양측에 신속한 교섭재개와 성실교섭을 요청하며 개입에 나섰지만,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역 상공계에서는 파업이 더 길어질 경우 대만·일본 등 경쟁업체에 시장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af200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