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핵무장 北 달래고 이란과는 전쟁…대조적 접근”
“김정은, 이란전 보며 핵보유 확신 더 굳힐 것”…비핵화 가능성 희박
WSJ “한미훈련 축소, 美 신뢰 훼손…韓 자체 핵무장론 키울 수도”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이란과의 전쟁에서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며 대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데다 이란 전쟁을 지켜보며 오히려 핵무기의 필요성을 확신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북미 정상외교의 성과에 회의적인 평가를 내놨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북한이라는 두 적대국을 상대하면서 정반대의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핵무기 보유 직전 단계였던 이란과는 전쟁을 벌이면서 정작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이미 보유한 북한에는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미 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열어뒀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이 ‘익숙한 상대’라는 점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당시 2018년 싱가포르와 2019년 베트남 하노이,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 세 차례 대면했다. 두 정상은 친서를 주고받으며 우호적인 관계를 과시했지만 북한 핵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문제는 당시보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여건이 훨씬 악화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비핵화가 더 이상 협상 의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핵·미사일 능력도 크게 강화했다. 러시아와의 군사협력까지 확대하면서 미국과 협상해야 할 유인 역시 과거보다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낸 조엘 S. 위트 스팀슨센터 석좌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 성급한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경우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위트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대미 관계 개선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며 “김 위원장은 핵무기 능력을 유지하고 동맹인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파견하며 한국을 위협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김 위원장이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며 이번 전쟁이 북한에 핵무기 개발의 필요성을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차 석좌는 이란 전쟁이 북한에 “군사적 공격을 피하기 위해 핵무기 개발을 추구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미국의 군사적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북한 지도부의 판단이 오히려 강화됐을 수 있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방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WSJ는 한미훈련 축소가 “북한 정권에 대북 억지력과 대비 태세를 약화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먼저 군사적 양보를 제공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결정이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의 동맹국 사이에서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동맹 방어에 얼마나 확고한지를 둘러싼 의문이 커질 경우 각국이 자체적인 방위력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WSJ는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핵무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미연합훈련까지 축소될 경우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한국 내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관계를 앞세워 다시 정상외교에 나서더라도 첫 임기 때와 같은 접근법으로는 북한의 핵 능력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새로운 외교적 돌파구로 활용하려 하더라도, 비핵화라는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는 과거보다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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