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 49회·코스닥 31회 발동

거래 환경 변했는데 발동 기준 그대로

“정교한 시장 안정장치로 개편해야”

코스피 지수가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월마트 실적 부진 여파로 하락세로 장을 시작한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등 주요 지수가 표시돼 있다. 윤창빈 기자
코스피 지수가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월마트 실적 부진 여파로 하락세로 장을 시작한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등 주요 지수가 표시돼 있다.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문이림 기자] 증시 급변동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인 ‘프로그램매매 호가 효력 일시정지(사이드카)’ 발동이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50차례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변수가 증시를 뒤흔들 때 이례적으로 울리던 ‘경보기’가 올해 들어 수시로 작동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사이드카 발동 횟수는 전날 매수 사이드카 발동까지 포함해 총 49회를 기록했다. 50번째 발동까지 단 한 차례만 남았다. 올 들어 매도 사이드카와 매수 사이드카는 각각 25회, 24회 발동했다.

이러한 발동 빈도는 이례적이다. 최근 사이드카는 지난 2024년 2회, 지난해에는 3회 각각 발동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증시를 덮친 2008년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매수 14회, 매도 12회 등 총 26차례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올해의 절반 수준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2008년 기록한 19회를 이미 넘어섰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올해 매수 18회, 매도 14회 등 총 32차례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의 급격한 변동이 현물시장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프로그램매매 호가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제도다. 유가증권시장에는 1996년 11월 처음 도입됐고 2001년 구체적인 발동 요건이 수립 및 적용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기준가격 대비 5%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면 5분간 프로그램 매매가 정지된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코스닥150 선물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6% 이상 급등·급락하거나 현물지수가 3% 이상 변동해 1분 동안 유지되면 발동한다.

문제는 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졌는데도 발동 기준은 과거 그대로라는 점이다.

사이드카 제도 설계 당시에는 선물 가격의 급변에 따른 프로그램매매가 현물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것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고빈도매매(HFT)와 알고리즘 매매 등이 늘면서 거래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프로그램매매 호가만 5분간 정지시키는 현행 방식만으로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올해처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현행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사이드카 발동도 빈번해졌다.

시장에서는 사이드카 발동 기준을 달라진 거래 환경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스피200 선물 5% 변동만으로 사이드카가 지나치게 자주 작동한다면 발동 폭을 확대하거나, 프로그램매매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적용 범위를 현재의 거래 구조에 맞게 손질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사이드카가 지나치게 빈번하게 작동할 경우 시장 참여자에게 위험을 알리는 경고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제도 개선론에 힘을 싣는다. 시장의 실제 변동성을 완화하지 못한 채 발동 횟수만 늘어난다면 안전장치로서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국 증시에서도 사이드카 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은 1999년 사이드카 제도를 폐지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증시 급락 당시 거래를 분석한 결과, 시장 하락을 완화하는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서킷브레이커를, 홍콩은 변동성조절장치(VCM)를 증시 변동성 완화 장치로 두고 있다.

다만, 한국거래소는 현재로서는 사이드카 제도와 관련해 구체적인 개편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보다 프로그램매매와 시장 참여 방식이 훨씬 다양해졌기 때문에 단순히 선물 가격이 일정 수준 움직였다는 이유만으로 프로그램매매를 일률적으로 막는 방식은 시대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서킷브레이커 등 보다 정교한 시장 안정장치 중심으로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