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미국이 지난해 도입한 ‘AFA(불리한 가용정보)’를 이용해 각 국에 ‘관세 폭탄’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 당국은 반덤핑 판정 때 보조금 지급과 연관된 상계관세와 합해 60%가 넘는 고율의 관세까지 자주 매기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냉연강판 제품에는 무려 500%가 넘는 초고율 관세를 물렸다. 무역 관례를 고려할 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치다.

18일 한국무역협회와 코트라(KOTRA) 등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개정한 관세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마구 휘두르며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지난해 6월 관세법을 개정해 공격적으로 관세를 물릴 수 있는 수단을 손에 넣었다. ‘무역 특혜 연장법(TPEA)’ 개정안 중 776조 b항으로 ‘AFA( 불리한 가용정보)’를 이용해 관세율을 산정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미국이 이 조항을 활용하면 피소업체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관세율을 매길 수 있다. 지난 7월 내부식성 철강제품(반덤핑 47.8% ), 9월 열연강판(반덤핑·상계관세 최대 60.93%), 9월 냉연강판(반덤핑·상계관세 최대 64.68%) 등 최근 미국 상무부(DOC)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국산 철강에 내린 고율의 관세에 한결같이 이 조항이 적용됐다.

미국은 지난해 법 개정 이후 한국 9건을 비롯해 철강, 석유화학, 제지 등 총 108건의 반덤핑 판결에 AFA를 활용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미국 당국이 피소업체가 제출한 자료와 통계를 사용하지 않고 AFA를 활용해 피소업체에 최대한 불리하게 덤핑마진을 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소업체가 자료 제출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때 동원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 당국은 제소 내용에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할지라도 대부분을 받아들여 관세율을 산정할 수 있다. 정보수집이 가능한 모든 불공정 경쟁행위나 기업지원 내역에 모조리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미국 당국이 정확한 정보 없이 불공정행위가 성립한다는 추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AFA 규정은 매우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냉연강판 관련 판정 때 AFA를 적용해 제소업체가 주장한 산업용 전기료 혜택, 수출입은행 등의 금융지원, 조세제한 특례 등 세제 혜택, 신성장동력산업 연구비 지원 등까지 고스란히 관세율 산정 리스트에 포함한 바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의 경우 상무부가 과거 정부 보조금성 혜택이 아니라고 판정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무차별적으로 제소업계의 주장을 인정해버린 것이다.

더욱 문제는 AFA 규정 활용 기준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상당히 자의적이라는 점이다. 미국 당국은 피소업체의 자료 제출 태도 같은 모호한 사안까지 AFA 적용의 근거로 내세울 수 있다.

상무부는 냉연강판 판정 때 포스코에 대해 ‘냉연강판 제조에 원료를 제공한 포스코 자회사 리스트를 제공하라’, ‘각종 정부 지원 관련 대출 정보를 제공하라’ ‘자유무역지대에 공장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등의 무리한 이유를 들이댄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도 최근 발표한 ‘최근 글로벌 철강통상규제 동향과 국내 수입재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개정된 미국 관세법은 사실에 부합하는 자료를 고려해야 할 의무를 폐지하고 합리적 고려 없이 무조건 가장 높은 관세율을 추정하도록 했다”며 “이 조문 자체가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트라는 “우리 기업으로서는 반덤핑으로 피소될 경우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틀린 자료를 제출하지 않도록 더욱 유의해야한다”며 “미국 기업과 긴밀한 거래 관계를 구축해 피소 때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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