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삼성전자가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역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그런데 삼성전자 주가는 7%가량 곤두박질쳤다. 시장은 온통 패닉에 빠졌다. 반도체 산업이 슈퍼사이클이라고 해서, 자본시장에서 주가도 그렇게 움직인다고 할 순 없다. “실물경제와 자본시장을 구분하라.” 수천 번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말이다.

기업 실적은 실물경제를 구성하는 일부이고, 기업 주가는 자본시장을 구성하는 일부다. 큰 틀에서 주가는 실적이라는 균형점을 찾아 움직이겠지만, 균형점을 크게 벗어나 올라갈 때는 거품 논란이, 균형점을 크게 벗어나 내려갈 때는 저평가 논란이 반복되기 마련이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걸쳐 반도체 거품론이 반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주가가 조정되는 대내외 요인들이 있다. 금리인상과 같은 거시경제적 요인들도 있고,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요인들도 있다. 이러한 대외적인 요인들보다, 반도체 산업 안에 있는 내부적인 쟁점들에 주목해 보자.

첫째, 반도체 산업의 쟁점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꺾일까?’다. 만약 반도체 가격이 정점을 찍고 하락 전환한다면, 자본시장에서는 기업의 주가를 재평가(revaluation)하기 마련이다. 둘째 쟁점은 반도체 경쟁이다. AI 시대에 절대적으로 많은 요구가 있는 반도체 산업을 놓고, 미국, 중국 등 주요국에서 가만히 있으리라고 볼 수는 없다. 세계 DRAM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2024년 1분기 75%에서 2026년 2분기 65%로 떨어졌다.

셋째, AI 모델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 2024년 이래로 중국 AI 모델이 급격히 부상하고, 토큰 점유율은 2025년 말부터 미국을 넘어섰다.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의 AI 모델을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하고, 필요에 따라 미국 AI 모델을 혼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AI 모델 생태계의 변화는 ‘자본지출 지상주의’를 깨뜨리고, 반도체 슈퍼사이클보다는 거품론에 동의하게 만든다.

넷째,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의 자금난이다. 하이퍼스케일러는 수십만 대 이상의 서버와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직접 운영하며, 전 세계 사용자에게 클라우드 컴퓨팅 및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빅테크 기업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아마존(AWS), 구글(GCP), 메타(Meta) 등이 이에 해당한다. 즉, 반도체를 사주는 기업들이다. 문제는 이들의 현금흐름이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다섯째, 병목현상의 이동이다. 지난달 14일 미국 뉴욕 캐시 호컬 주지사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1년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주 차원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단하는 첫 사례였다. 주요 국제기구들은 전력 대란을 경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반도체가 부족했는데, 이제 전력이 더 부족해지는 시기가 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AI 벨류체인 안에 주도주가 있고, 주도주는 AI 벨류체인 안에서 이동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실물경제와 자본시장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기업들은 하나같이 훌륭한 실적 흐름을 지속할 것이다. 다만, 자본시장은 다르다. 주식 시장에 얼마나 많은 돈이 유입되고, 또 얼마나 많은 돈이 빠져나가는지가 주가를 결정짓는다. 반도체 거품론의 5가지 쟁점들에 주목하면서 건전한 투자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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