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공 투표지 재검증 무산·결과보고서도 불투명

책임 규명은 특검으로…선관위 제도개선은 ‘제자리’

개헌까지 얽힌 선관위 개혁…해법 ‘산 넘어 산’

윤상현 위원장 등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들이 2일 현장 조사를 위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를 방문,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
윤상현 위원장 등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들이 2일 현장 조사를 위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를 방문,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윤채영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출범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핵심 쟁점이었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개표소 투표지 재검증조차 결론 내리지 못한 채 활동 종료를 앞두고 있다. 정작 다음 선거를 어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체제에서 치를지를 결정할 ‘선관위 개혁’ 논의는 뒷전이 되면서, 정치권에서는 현 상태로 선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및 참정권 침해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오는 31일 활동이 종료된다. 여야가 잠정 합의했던 올림픽공원 개표소 투표지 재검증도 사실상 무산되면서 결과보고서 채택까지 불투명해졌다.

여야는 재검증 무산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특위 위원들은 국민의힘이 “내부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미 합의한 재검표를 무산시켰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주도하는 방식의 재검증에 반대해왔다며 “민주당이 의혹 규명보다 재검표 일정에만 집착했다”고 맞섰다.

국조특위가 끝내 풀지 못한 의혹은 선관위 특별검사 수사로 넘어갈 전망이다. 이태한 선관위 특검은 국조특위의 현장검증에 참여할 의사를 밝히고 증거 확보 방안을 협의하는 한편, 검·경 합동수사본부에 사건 기록과 압수 증거물 이첩을 요청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 채비에 들어갔다.

아울러 지난 27일에는 국조특위에 “재검표 등 현장검증에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공문에서 “현장 검증의 재검표 과정에서 위조·훼손이 의심되는 투표지가 발견되는 경우 증거의 멸실을 막기 위해 특검이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밝혔다.

문제는 ‘6·3 지방선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규명하는 작업과 별개로 ‘다음 선거는 어떻게 치를 것인가’를 둘러싼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가까운 선거는 내년 4월 7일 예정된 재·보궐선거다.

여야 모두 지방선거 사태 이후 선관위의 조직과 선거관리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보여왔다. 선관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외부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부터 선관위원장의 상근 여부, 사무처 조직 개편, 감사·인사 시스템 개선 등 여러 방안이 거론돼왔다. 선거관리 실무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조직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선관위 개혁의 범위와 방법을 두고 여야의 시각차가 여전한 데다 국조와 특검 등 책임 규명 작업이 우선되면서 제도 개선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모습이다. 국조특위 역시 선거관리 부실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놓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향후 선관위 체제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논의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대로라면 내년 선거 역시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에서 치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내년에 서울시장 같은 큰 선거를 하게 되면 어떻게 치러야 할지 걱정돼서 차라리 선거가 없었으면 좋겠을 정도”라며 “어떤 선관위 체제로 선거를 치를지 빨리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선관위 개혁 논의가 더딘 데에는 개헌 문제도 얽혀 있다. 현행 헌법은 중앙선관위원 9명을 대통령 임명·국회 선출·대법원장 지명 각 3명으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관위원 구성 및 추천 방식을 비롯한 선관위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손보려면 개헌 논의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특검은 이미 벌어진 일의 책임을 밝히는 것이고 선관위 개혁은 앞으로 선거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관리할지를 정하는 문제”라며 “두 작업이 병행되지 않으면 수사가 끝난 뒤에도 다음 선거를 둘러싼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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