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곰 습격 피해 238명 ‘역대 최다’ 목격도 5만건

1년간 1만4601마리 포획·살처분…전년의 약 3배

지난해 7월 일본 미야기현 토미야에 곰 주의 표지판이 설치됐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부쩍 곰 목격이 늘었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건수의 곰 목격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게티이미지]
지난해 7월 일본 미야기현 토미야에 곰 주의 표지판이 설치됐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부쩍 곰 목격이 늘었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건수의 곰 목격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지난해 일본에서 곰의 공격으로 역대 가장 많은 13명이 목숨을 잃자 일본 정부가 ‘곰과의 전쟁’에 나섰다. 불과 1년 사이 1만4000마리가 넘는 곰이 포획돼 죽임을 당했다. 하지만 곰이 민가로 내려오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대량 포획에 의존하면 사람과 곰의 충돌을 막기는커녕 일부 지역의 곰 개체군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일본 환경성 등에 따르면 2025회계연도인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일본에서 곰의 공격으로 238명이 다쳤으며 이 가운데 13명이 숨졌다. 사망자와 전체 피해자 모두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많았다.

곰 목격 건수도 폭증했다. 일본 전역에서 지난해 확인된 아시아흑곰 목격 건수는 5만776건으로 전년 2만513건의 약 2.5배로 뛰었다.

일본 정부는 대대적인 포획으로 대응했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포획된 뒤 살처분된 곰은 1만4601마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의 약 3배에 달하며 종전 최고치였던 2023회계연도의 9000여마리도 크게 넘어섰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살처분된 곰만 놓고 보면 약 1만4000마리다. 이 가운데 약 1만2000마리가 아시아흑곰, 약 2000마리가 홋카이도 등에 서식하는 불곰이었다.

[교도/연합]
[교도/연합]

일본이 이처럼 대규모 포획에 나선 것은 곰의 생활 반경이 산속에서 인간의 거주지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주택가와 학교, 공원, 상점가 등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곰이 목격되는 일이 잇따랐다. 집 밖으로 나온 주민이 공격받거나 밭에서 일을 하던 고령자가 습격당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곰이 인간의 생활권으로 내려오는 배경에는 먹이 부족이 있다. 지난해 일본 산림에서는 곰이 겨울잠에 들어가기 전 주로 먹는 도토리와 너도밤나무 열매 등이 흉작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기록적인 폭염을 비롯한 기후 변화가 산림 먹이 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들면서 굶주린 곰들이 먹이를 찾아 마을까지 내려오는 일이 늘었다고 분석한다.

곰 개체수 자체가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의 아시아흑곰은 2012년 약 1만5000마리에서 최근 약 4만4000마리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홋카이도의 불곰은 2023년 기준 1만1500마리를 넘어 30여년 사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반면 곰과 사람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던 일본 농촌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산촌 주민이 줄고 농경지가 버려지면서 과거 사람이 관리하던 마을과 산림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사람의 왕래가 줄어든 지역까지 숲이 확대되면서 곰이 인간 거주지 가까이 접근하기 쉬워졌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일본 아키타시 우시지마히가시 지역 도로 위를 곰이 지나가고 있다. 이 방범 카메라에는 불과 15초 뒤에 행인이 같은 곳을 지나가는 모습이 찍혀, 하마터면 행인과 곰이 마주쳐 인명 피해가 발생할 뻔 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샀다. [요미우리]
지난 19일 일본 아키타시 우시지마히가시 지역 도로 위를 곰이 지나가고 있다. 이 방범 카메라에는 불과 15초 뒤에 행인이 같은 곳을 지나가는 모습이 찍혀, 하마터면 행인과 곰이 마주쳐 인명 피해가 발생할 뻔 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샀다. [요미우리]

곰을 잡을 사람도 부족하다. 일본에서 야생동물 포획을 담당해온 엽사들이 고령화하면서 전문 인력이 줄고 있다. 지난해 피해가 집중된 지역에서는 자위대가 곰 포획을 지원하고 경찰까지 소총을 이용한 곰 사살에 투입됐다.

일본 정부는 2024년 곰을 개체수 관리 대상 동물로 지정했고 지난해에는 주택가 등에 출몰한 곰을 지방자치단체 판단으로 사살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강화했다.

그러나 1만마리가 넘는 곰을 죽이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 해법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흑곰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 적색목록에서 ‘취약(Vulnerable)’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흑곰의 주요 서식지 가운데 하나여서 무차별적인 대량 포획이 일부 지역 개체군을 급격히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량 살처분 대신 곰과 인간의 생활권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줄인 사례도 있다.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는 전문 인력이 곰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사람이 사는 지역으로 접근할 경우 훈련된 개를 이용해 다시 숲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의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단순히 곰을 발견하는 즉시 사살하는 대신 사람을 피하도록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먹이가 되는 음식물 쓰레기를 철저히 관리하고 버려진 과수의 열매를 제거하는 한편, 숲과 주거지역 사이에 완충지대를 다시 조성하는 등 예방 중심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sj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