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영토 확장의 필수 과제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이 재개되는 기류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와 의견 수렴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고자 한다”고 언급한 데 이어 나흘뒤인 31일에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신통상 질서의 미래: 한국의 기회와 도전’ 국제 세미나를 공동 개최하면서 CPTPP 가입의 당위성을 부각시켰다.

CPTPP는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한 후인 2018년 일본이 주도하고 호주 등 나머지 국가가 중심이 돼 출범시킨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캐나다·싱가포르·멕시코·베트남·뉴질랜드·칠레·페루·말레이시아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국 간 상품 관세 철폐율이 평균 96% 이상으로 개방 수준이 매우 높다. 지난해 한국과 CPTPP 회원국 간 교역액은 약 3410억 달러로 전체 상품 교역의 25%를 차지해 중국(2730억 달러·20%)과 미국(1960억 달러·15%)을 넘어섰다. 한국은 12개 회원국 중 10개국과 개별 FTA를 맺고 있지만 규율 범위가 제각각이고 일본·멕시코와는 협정이 없다. KIEP는 CPTPP 가입시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0.3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고, 산업연구원은 무역수지가 장기적으로 연평균 6억∼9억달러 가량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다. 가입을 미룰수록 무역 경쟁력 약화와 통상 규범에서의 소외가 불가피하다.

이런 까닭에 2021년 문재인 정부도 CPTPP 가입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농·어업계 반발과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문제 등으로 추진 동력을 잃었다. 하지만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다자무역체제가 흔들리고, 우크라이나 및 중동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등 통상 환경이 급변하면서 CPTPP 가입은 이제 뒤로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박정성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이 한경협-KIEP 세미나에서 “WTO(세계무역기구) 중심 다자무역 질서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개방형 복수국 협력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한 이유다.

5년전 겪었던 CPTPP 가입 무산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농·어업 분야와의 소통이 관건이다. 농민단체의 격력한 반대를 뚫고 한미 FTA를 성사시켰던 노무현 정부의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시장 개방에 따른 품목별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차제에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협정 체결의 득을 보는 수출 주력 기업은 농어촌상생협력기금 확충에 자발성을 보여야 한다. 여야도 정치적 유불리를 배제하고 국익 중심의 입법활동으로 뒷받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