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세월호 참사 한달 째를 맞은 지난 15일 KBS가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 자사 보도에 대한 외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반성했다. 자사 보도를 둘러싼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내부갈등이 심화되며 보도 독립성ㆍ공정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메인뉴스에서도 뒤늦게 자성의 목소리를 낸 상황이다. 하지만 이날 ‘뉴스9’에선 외부 비판에 대한 수용만 있을 뿐, 그간의 보도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KBS는 이날 ‘특집 뉴스9’을 통해 총 28개의 리포트 중 세월호 침몰 사고에 관한 리포트 21개를 내보내며 참사 한 달을 되돌아봤다. 특히 10번째로 전해진 ‘비판과 지적을 겸허히…’라는 꼭지에서 KBS는 자사 보도를 반성하는 리포트를 소개했다.
노란 리본을 달고 나온 최영철 앵커는 이날 “공영방송이자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인 KBS에 대한 비판은 더 날카로웠다”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KBS는 이런 비판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한다”며 해당 기자의 리포트를 소개했다.
리포트에선 먼저 지난달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 실내체육관을 방문했을 당시에 대한 상황을 전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작업이 지연되고 있던 것에 절박한 항의의 목소리를 냈지만, ‘KBS 뉴스9’에선 가족들의 하소연은 물론이거니와 구조작업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다루지 않았다.
이날 보도에서도 이를 지적하는가 하면 “대통령 발언과 동시에 쏟아지는 환호와 박수소리를 담았다”는 지적에 대해 “현장음 상태가 나빴기 때문이지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던 지난달 29일에 유가족 대표단은 기자회견을 열고 “5000만 국민이 있는데 박 대통령에게 국민은 국무위원뿐인가. 비공개 사과는 사과도 아니다”라고 비판했지만, KBS ‘뉴스9’에선 대통령의 사과만 보고했을 뿐 유가족의 목소리는 담지 않았다는 점도 인정했다.
또 사고 당일이던 4월 16일 “200명에 이르는 인력이 구조작업을 벌였다”고 전했지만, “실제 수중수색 인원은 16명에 불과했다”는 점도 시인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세월호 참사와 교통사고를 함께 언급했던 발언으로 촉발된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도 이날 뉴스를 통해 전해졌다.
리포트에선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부적절한 발언 논란을 둘러싸고 KBS는 유가족들의 유례없는 항의를 받았다, 결국 사임하게 된 김 전 국장이 기자회견에서 길환영 사장이 사사건건 보도에 개입했다고 폭로했지만 당일 뉴스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쏟아진 보도 논란에 KBS ‘뉴스9’은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의 “KBS가 우리의 아픔과 감응하지 못하는 듯하고, 국가와 권력과 함께 있는 듯하고…”라는 발언을 인용하며 덧붙였고, “보도본부 간부와 기자들은 조만간 세월호 보도를 돌아보는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고 리포팅을 마쳤다.
KBS 메인뉴스가 자사 보도에 대해 반성하는 리포트를 다룬 것은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처음이며, 지난 7일 38~40기의 막내급 기자들이 사내망에 자사의 세월호 침몰 사고 보도를 반성한 글을 올린 지 8일 만이다. 또 지난 12일 KBS 기자협회는 기자총회를 통해 보도 독립성 문제를 언급하며 길환영 사장과 임창건 보도본부장의 사퇴와 ‘세월호 참사 한 달을 맞은 토론회를 열고, 세월호 관련 보도를 반성하는 미디어 프로그램과 9시 뉴스를 제작 방송할 것’, ‘KBS뉴스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사임 이후 공영방송의 보도독립성, 공정성 논란이 거세진 상황에 KBS는 백운기 전 시사제작국장을 신임 보도국장으로 발탁한 이후, 보도국 국장급과 부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의 인사에 KBS노동조합은 ‘청와대 면접설’을 주장했고, 이에 대해 사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업무 협의차 만났을 뿐 임명과는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지만 잡음은 계속되고 있다.
KBS는 갖은 내홍을 겪으며 신임 보도국장의 임명과 함께 세월호 침몰사고 한 달을 맞으며 자사 보도에 대해 반성했고, ‘사고 초기 잇따른 오보(‘학생 전원 구조’, ’선내 엉켜있는 시신‘ 등)를 비롯해 검증 없는 받아쓰기(’인력, 장비 총동원 구조활동‘ 등)에 대한 지적도 뒤늦게 받아들였지만, 그간의 보도에 대한 사과는 여전히 없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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