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1년까지 4만가구 착공 목표

112곳 중 78곳 조합설립 단계

30곳은 인가 후 2년 넘겨 멈춤

공사비·금융·주민 갈등 해소해야

서울시내 모아타운이 지정된 재개발 예정 지역 모습. [헤럴드경제DB]
서울시내 모아타운이 지정된 재개발 예정 지역 모습.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서울시가 2031년까지 모아주택 4만가구 착공을 추진하는 가운데 신규 후보지 확대보다 이미 조합을 설립한 사업장을 실제 착공 단계로 넘기는 것이 공급 목표 달성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당수 사업장이 조합설립 이후 후속 절차를 남겨두고 있어 사업성 확보와 공사비, 금융, 주민 갈등 등을 얼마나 해소하느냐가 사업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2일 서울시 누리집의 가로주택정비사업 현황(2026년 7월 기준)에 따르면 모아타운 후보지로 표시된 가로주택정비사업은 112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78곳(69.6%)이 조합설립인가 단계였다. 건축심의는 16곳(14.3%), 사업시행계획인가는 10곳(8.9%), 착공은 8곳(7.1%)이었다.

조합설립인가 단계인 78곳 가운데 52곳은 인가를 받은 지 1년 이상 지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30곳은 2년 이상, 16곳은 3년 이상 경과했다. 조합 설립까지 마친 뒤에도 상당수 사업장이 건축심의와 사업시행계획인가 등 후속 절차를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현행 소규모주택정비법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날부터 2년 이내 건축심의 또는 통합심의를 신청하지 않을 경우 관할 시장·군수 등이 필요한 조치를 명하거나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 기한은 조합설립인가 후 3년이다.

인허가 절차는 서울시와 자치구에 나뉘어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조합설립인가는 관할 자치구청장이 맡고, 조합설립 이후 건축심의는 사업 내용에 따라 자치구 건축위원회 또는 서울시 통합심의위원회를 거친다. 건축·도시계획·경관·교통 등 둘 이상의 심의가 필요하거나 용도지역 변경, 법적상한용적률 적용 등이 포함된 사업은 서울시 소규모주택정비 통합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서울시가 최근 모아주택 정책의 초점을 신규 후보지 확보에서 기존 사업장의 착공 관리까지 넓힌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맞물려 있다.

서울시가 지난달 발표한 ‘모아주택·모아타운 쾌속통합 추진계획’에 따르면 현재 개별 모아주택 156곳, 약 4만3000가구가 조합설립 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34곳, 약 5000가구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아 착공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는 착공 가능한 146개 구역을 집중 관리해 2028년까지 1만4000가구, 2031년까지 누적 4만가구를 착공할 계획이다. 시와 자치구가 참여하는 ‘신속착공 공정회의’를 매달 열어 사업장별 공정을 점검하고 주민 이견이나 공사비·이주 문제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곳에는 ‘찾아가는 신속해결지원단’을 투입한다.

금융지원도 사업 진행 단계에 집중된다. 서울시는 2030년까지 모아주택·모아타운 사업에 약 619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초기사업비 지원이 2000억원, 이주비 융자가 3660억원으로 대부분이 실제 사업을 착공으로 연결하는 데 필요한 자금 지원에 배정됐다.

서울시의 공정관리와 금융지원이 실제 착공 증가로 이어지는지는 목표 물량이 몰린 자치구의 사업 속도에 달려 있다. 서울시가 제시한 2031년 목표 가운데 중랑구가 1만가구로 가장 많고 금천구 5700가구, 마포구 3800가구, 강서구 3600가구 순이다. 4개 구의 목표 물량은 2만3100가구로 전체 4만가구의 57.8%에 달한다.

가로주택정비사업도 이들 지역에 집중돼 있다. 모아타운 후보지로 표시된 112곳 가운데 68곳(60.7%)이 중랑·금천·마포·강서구에 위치했다. 이 가운데 45곳이 조합설립인가 단계였고 건축심의 12곳, 사업시행계획인가 8곳, 착공은 3곳이었다.

특히 착공 목표가 1만가구로 가장 많은 중랑구에서는 34곳 가운데 23곳이 조합설립인가 단계였다. 이 중 10곳은 조합설립인가 후 2년 이상, 6곳은 3년 이상 경과했다. 금천구도 16곳 가운데 10곳이 조합설립인가 단계였으며 이 가운데 5곳은 2년 이상, 3곳은 3년 이상 지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랑·금천의 착공 목표를 합치면 1만5700가구로 서울시 전체 목표의 39.3%다.

서울시는 신규 사업의 계획 수립 방식도 손본다. 내년부터 모아타운 관리계획 수립은 자치구청장이 용역을 발주하는 ‘모아통합기획’ 방식으로 일원화하고 서울시는 관리계획 수립 용역비의 70%를 지원한다. 사업 추진 실무는 자치구 중심으로 가져가되 공정 관리와 재정 지원, SH를 통한 사업성 분석 등 광역 차원의 지원을 병행하는 구조다.

이는 최근 당정이 서울의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로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흐름과 대비된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주요 절차를 이미 자치구가 담당하고 있지만 조합설립 이후에도 주민 간 이해관계와 사업성, 공사비, 금융 등 여러 요인이 맞물려 장기간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 서울시가 자치구 중심의 추진체계를 강화하면서도 별도로 공정 관리와 사업성 지원을 확대하는 배경이다.

권대중 한성대 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모아타운에는 지분이 큰 단독·다가구주택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권리 배분을 둘러싼 주민 반대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며 “현행 가로주택정비사업도 다가구주택 소유자에게 일정 요건 아래 복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지만, 추가로 공급받는 주택의 분양가격 등 보상 조건을 개선해 사업 참여 유인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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