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물도 5.30%까지 치솟아

日 10년물 30년 만에 3% 돌파

유가·재정적자·금리인상 우려 겹쳐

WSJ “채권시장, 각국 지도자에 낙제점”

뉴욕증시 이미지 [123RF]
뉴욕증시 이미지 [123RF]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장중 4.82%를 넘어서며 34개월 만에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각국의 막대한 재정적자 부담이 맞물리면서 미국에서 시작된 채권 매도세가 일본과 영국, 독일 등 주요국으로 번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4.821%까지 치솟았다. 전날 4.797%로 마감한 데 이어 고점을 다시 높이며 2023년 11월 1일 이후 약 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해 4.79%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시장 예상을 밑돈 8월 민간 고용 지표와 국제유가의 장중 하락에도 채권시장의 매도 압력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단기물과 장기물 금리도 동반 상승했다.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41%까지 올라 2025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0년물 금리도 한때 5.30%까지 치솟은 뒤 5.25%대로 내려왔다.

최근 채권시장을 짓누르는 요인 중 하나는 다시 불붙은 국제유가다. 한 달여간 잠잠했던 미국과 이란이 군사적 충돌을 재개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됐고, 브렌트유는 배럴당 95달러를 넘어섰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다시 밀어 올릴 경우 연준이 높은 금리를 예상보다 오래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 정부 차입에 따른 국채 공급 부담까지 겹쳤다. 블랙록 투자연구소는 “끈질긴 인플레이션과 대규모 정부 차입, 늘어나는 민간 투자자금 수요를 고려하면 국채금리 상승 압력이 누그러질 이유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채권 매도세는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3%를 넘어서며 1996년 이후 약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30년물 국채금리도 장중 5.92% 안팎까지 치솟아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독일과 프랑스의 10년물 국채금리 역시 각각 2011년과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국가별 경제 상황은 다르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막대한 정부부채라는 공통분모가 글로벌 채권시장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WSJ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위험을 완화할 뚜렷한 해법이 나오지 않았다며 채권시장이 각국 지도자들에게 사실상 ‘낙제점’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G20 회의에서 부채 문제와 관련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은 성장을 통해 벗어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의 최근 1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1%에 그친 반면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이번 회계연도 GDP의 6%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장이 크게 가속하지 않는 한 성장만으로 불어난 부채 부담을 해소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바클레이스의 아제이 라자드야크샤는 시장이 인공지능(AI)에 따른 성장률 상승을 기대하면서도 공급 차질과 막대한 정부부채가 물가 압력을 키워 단기금리가 과거보다 오랫동안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의 높은 미국 기준금리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정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진단이다.


sj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