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국채 매도세가 확산하며 금리가 ‘발작’ 수준의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장중 4.8%를 훨씬 웃돌아 2023년 11월 이후 약 3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이란 간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상승과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대규모 정부 차입 및 부채 확대,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민간 투자자금 증가가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장기물 국채금리 급등세는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도 20~30년래 최고 수준으로 확산하고 있다.

시장은 국채 고금리를 추세로 보고 있는 분위기다. 기름값이 뛰면서 물가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기대가 약해진 것은 물론 일부는 명징한 긴축 신호를 보내고 있다. 주요국들에선 대규모 정부 부채와 재정적자가 누적된 가운데, 기업들은 데이터센터·반도체·전력망 등에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면서 회사채 발행을 크게 늘리고 있다. 즉 세계 채권시장에서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자금을 빨아들이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금리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나 기업이 더 높은 이자의 빚을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최근 국채금리 충격은 단순한 일회성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장이 각국 정부의 재정·인플레이션·통화·성장 정책을 동시에 재평가하는 국면으로의 진입이라고 볼 수 있다. 대외의존도와 민간부채 수준이 높은데다, 정부가 대규모 확장재정을 선택한 우리 경제로선 더 엄중한 시험대다.

우선은 정부의 재정·물가 관리 능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 821조원의 ‘슈퍼예산’은 철저하게 성장률과 지출의 승수효과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 인위적 경기부양을 위한 현금성 지출은 지양하고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는데 재투자해 세입 기반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도체 호황이 끝났을 때에도 정부의 지출구조를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보여줘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성장·복지 동시 확대’는 이상적이지만 비현실적”이라며 “부득이하게 현재는 성장에 집중해 파이를 키울 때”라고 했는데, 철저한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내년 예산안 중에서도 초과세수에 기반해 처음 신설한 162조원 규모 미래대응기금의 관리와 통제가 재정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 더 벌어들인 돈을 당장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에 쓰고, 만일을 위한 여유자금으로 둔다는 것이 미래대응기금 취지인데, 그 자체로는 바람직하다. 특히 일부를 국채 발행을 줄이는데 활용하겠다는 것은 지금 국면에서 더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정부의 재량권이 너무 크고 목표와 세부내역, 배분이 자의적이다. 조성원칙과 사용목적, 적립·인출 요건 등에 대한 법제화나 국회의 견제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