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N% 제외해도 같은 액수 정액 요구는 가능

기업 부담 같아도 교섭 의무 달라…구분 근거 쟁점

기존 성과급 합의는 유효…미합의 기업엔 거부 명분

노동부 “기업이익 직접 배분과 근로조건 요구는 달라”

21일 경기도 성남 판교 카카오뱅크 본사 앞에서 카카오 노조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카카오뱅크 노조는 오는 31일 전일 파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연합]
21일 경기도 성남 판교 카카오뱅크 본사 앞에서 카카오 노조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카카오뱅크 노조는 오는 31일 전일 파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요구를 의무적 교섭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기준을 내놨다. 그러나 같은 금액을 정액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길은 열어뒀다. 요구액이 같아도 기업이익과의 연동 여부에 따라 교섭 의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정액 성과급이나 기본급 인상 요구로 옮겨갈 수 있어, 새 지침이 실제 분쟁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았다.

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은 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 등 기업이익에 일정 비율로 연동하는 성과급 요구를 의무적 교섭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규정했다. 반면 기업이익에 직접 연동하지 않는 정액 성과급이나 연봉·기본급의 일정 비율을 요구하는 방식은 근로조건에 해당하면 의무적 교섭 대상으로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설명대로라면 같은 금액의 성과급 요구도 다르게 취급될 수 있다. 가령 영업이익이 1조원인 기업에서 노조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면 1000억원 규모가 된다. 이 요구는 지침상 의무교섭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같은 실적을 참고하되 기업이익과 연동하는 산식 없이 성과급 총액 1000억원을 요구한다면, 근로조건에 관한 정액 요구로 교섭할 여지가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특정 금액 요구는 비율 배분이 아니다”라며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부분이라면 과도한 주장이라 해도 법상 보호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기업 실적을 토대로 원하는 성과급 규모를 계산한 뒤 배분율 대신 금액을 제시할 수 있는 셈이다. 기업은 영업이익 배분율에 관한 교섭을 거부할 근거를 얻었지만, 같은 규모의 정액 성과급 요구까지 일괄적으로 거부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다만 교섭 의무는 협상에 응해야 한다는 뜻이지, 노조가 요구한 금액을 그대로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부가 두 방식을 구분한 근거는 기업이익의 직접 배분 여부다. 영업이익 등은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배당 등 경영 판단의 재원이다.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먼저 배정하도록 요구하면 기업의 영업의 자유와 주주·채권자 등 제3자의 권익을 제약할 수 있다는 논리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기업의 영업의 자유나 제3자의 권익을 본질적으로 제약하는 요구에 대해 “당사자가 교섭할 수 있지만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자율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사항과 교섭 거부 시 부당노동행위 책임 등을 물을 수 있는 사항을 구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처럼 기업 실적을 요구액 산정의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것과 지급액을 기업이익에 일정 비율로 연동시키는 것을 달리 본다. 두 방식은 지급액을 정하는 구조가 다르지만, 이 구분이 성과급 요구액에 상한을 두는 것은 아니다.

노조가 기업 실적을 토대로 같은 규모의 정액 성과급을 요구하면 보상 수준을 둘러싼 협상은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이 이를 수용했을 때 부담할 성과급 총액도 이익 연동 방식과 같을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이익 직접 배분 요구에 대한 교섭 의무를 구분하는 것과 성과급 분쟁 자체를 줄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같은 규모의 지급 부담에도 두 방식이 영업의 자유와 제3자의 권익에 미치는 영향을 다르게 보는 근거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영업이익 구간에 따라 기본급 지급 배수를 정하는 방식은 경계가 더 복잡하다.

지급액을 기본급 기준으로 표시하더라도 실적에 따라 자동으로 달라진다면 기업이익 연동 방식에 해당하는지 따져야 한다. 권 차관도 성과급 산식에 기업이익 지표가 포함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제도 설계 방식을 봐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 합의 여부에 따라서도 기업의 처지는 달라진다. 삼성전자처럼 이미 성과급 지급에 합의한 사업장은 이번 지침을 이유로 약속을 무효화할 수 없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5월 20일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뒤 같은 달 27일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권 차관은 “단체협약을 해서 약속한 것인데 이 지침으로 단체협약을 무효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기존 합의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분쟁은 새로운 기업이익 배분 요구와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존 합의 없이 기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새롭게 요구하고, 요구 변경 권고에도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해당 부분에 대해 행정지도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이미 합의한 기업은 약속을 이행해야 하지만, 합의하지 않은 기업은 교섭 거부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노조가 같은 금액을 정액이나 기본급 기준으로 요구할 수 있는 만큼, 합의하지 않은 기업이 성과급 부담까지 피하게 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권 차관은 “노사 유불리를 생각해서 지침을 만든 것이 아니다”라며 “기준에 예측가능성이 있으면 노사의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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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지난 1월 대법원이 삼성전자 ‘목표 인센티브(TAI)’를 퇴직금 산정 기준인 평균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퇴직급여비용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46063?ref=naver

fact051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