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4개 항만공사 ‘한국항만공사’로 통합 추진
인천항만공사 산하 지역지사 전환되나
정일영 의원 “본사·정책권한 부산 집중 땐 수도권 물류 경쟁력 타격”
인천항만공사 노조 96.35% 통합 반대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정부가 인천·부산·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를 하나로 묶는 대대적인 통합 방안을 발표하면서 인천항의 위상 약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통합 이후 기존 인천항만공사(IPA)를 독립 기관이 아닌 통합공사 산하 지역지사로 전환하는 방안이 제시되면서, 인천항이 정책과 투자 결정권을 잃고 사실상 ‘지방 조직’으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연수을)은 3일 정부의 항만공사 통합 발표에 대해 “인천항만공사를 통합공사의 지역지사로 격하하는 방안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며 정부에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정부는 이날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통해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를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고 정책과 기획 기능을 하나의 조직으로 일원화하는 구상을 내놨다.
기존 4개 항만공사는 통합공사 산하 지역지사 체제로 바뀌고, 각 지역별 특화사업을 맡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핵심 권한이다. 정책과 기획, 예산과 투자 결정 기능이 통합공사 본사로 집중될 경우 지역지사는 독자적인 사업 추진과 투자 결정권을 사실상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정부는 통합 이후 본사와 지역지사 간 권한을 어떻게 나눌지, 지역 조직에 어느 수준의 자율권을 부여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일영 의원은 “이번 개편은 단순한 조직 통합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인천항만공사의 정책·사업 결정권을 약화시킬 수 있는 중대한 변화”라며 “지역지사에 어떤 실질적 권한을 보장할 것인지 정부가 먼저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항 투자 83.6% 늘고 인천항 65.4% 감소
더 큰 문제는 이미 인천항과 부산항 사이의 정부 투자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정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항에 대한 정부 항만 재정투자는 2021년 2514억원에서 2025년 4616억원으로 83.6% 증가했다.
반면 인천항은 같은 기간 1772억원에서 614억원으로 65.4% 감소했다.
부산항 투자는 급증하는 동안 인천항 투자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공사 본사까지 부산에 들어서고 정책·기획·투자 결정권이 본사에 집중될 경우 인천항은 조직 통합을 넘어 투자와 정책 결정에서 더욱 주변부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이 정 의원 측의 우려다.
정 의원은 “통합공사 본사와 핵심 기능이 부산에 집중된다면 이는 단순히 기관 주소의 문제가 아니다”며 “인천항은 물론 수도권 전체의 해운·물류 체계와 대중국 수출입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장 반발도 심상치 않다. 인천항만공사 노동조합이 최근 실시한 통합 찬반투표에는 조합원 84.58%가 참여했고 이 가운데 96.35%가 통합에 반대했다.
준법투쟁과 파업 등 쟁의행위 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94.05%가 참여 의사를 나타냈다. 사실상 인천항만공사 내부 구성원 대부분이 통합 추진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현장 목소리 외면한 일방통행식 개편
정 의원은 “정부가 항만 간 연계와 국제 경쟁력 강화를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협력을 강화하는 것과 독립 항만공사를 없애 지역지사로 전환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항만 간 공동사업이나 해외사업 협력은 현행 4개 항만공사 체제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통합 자체’보다 통합 이후 누가 권한을 갖고 어디에 정책과 투자 결정권이 집중되느냐에 있다.
인천항만공사가 독립기관 지위를 잃고 지역지사로 바뀌는 순간 인천은 항만 정책과 대규모 투자사업에서 지금보다 훨씬 제한적인 목소리만 낼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부산항과 인천항의 정부 투자 격차가 이미 크게 벌어진 현실에서 본사와 핵심 의사결정 기능까지 특정 지역에 집중된다면 ‘항만 경쟁력 강화’라는 통합 명분이 오히려 지역 간 항만 격차를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정 의원은 “정부가 먼저 설명해야 할 것은 왜 기존 항만공사 간 협력을 넘어 반드시 하나의 공사로 통합해야 하는지”라며 “통합으로 무엇이 개선되는지, 각 항만의 전문성과 자율성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충분한 검토와 지역사회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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