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선적기록·공급계약 수천건 분석 보도

인스퍼, 미국 내 자회사로 규제 회피

동남아 통해 중국에 서버 공급하기도

중국의 인스퍼 그룹 본사. [인스퍼그룹]
중국의 인스퍼 그룹 본사. [인스퍼그룹]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미국 제재 명단에 오른 중국 인공지능(AI) 서버 업체 인스퍼그룹이 미국 내 자회사를 이용해 수출 규제를 우회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6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수천 건의 선적 기록과 공급 계약서를 검토·분석해 중국 기업들이 미국 규제를 피해 미국산 첨단 AI칩 기반 컴퓨팅 파워를 어떻게 확보하고 있는지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엔비디아 등에서 반도체 칩을 공급받아 AI 서버를 구축해온 인스퍼는 중국 군용 슈퍼컴퓨터 제작을 위해 미국 기술을 확보하려 했다는 이유로 2023년 3월 미 상무부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이후 인스퍼는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던 자회사 ‘아이브레스’를 앞세워 규제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미국이 엔비디아 최첨단 AI칩의 중국 수출을 막자, 규제 대상이 아닌 동남아시아로 칩을 먼저 보내 데이터센터를 세운 뒤 중국 고객사들이 원격으로 접속해 쓰도록 하는 방식이다. 미국이 중국 기업의 동남아 AI센터 원격 접근까지 감시하거나 차단할 수단이 사실상 없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NYT의 무역 기록 분석 결과, 아이브레스는 2024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최소 56억달러(약 7조5000억원) 상당의 첨단 장비를 미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수출했다. 이 중 30억달러(약 4조원) 이상이 엔비디아 블랙웰 탑재 컴퓨터 등이었다. 이 장비들은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중국 대형 기술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남아 데이터센터로 흘러들어갔다. 최첨단 칩을 중국으로 밀반출한 혐의로 미국 조사를 받아온 중국계 기업 ‘메가스피드’도 아이브레스의 공급처에 포함됐다.

인스퍼의 글로벌 자회사 망을 거쳐 AI 서버가 말레이시아 등을 경유해 중국으로 넘어간 정황도 나왔다. 무역 데이터 업체 ‘임포트지니어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설립된 신생 기업 ‘매그인프라’는 6개월간 인스퍼 계열사와 거래하는 말레이시아 업체 등에서 7억달러(약 9400억원) 이상의 서버를 수입했다. 서류상 엔비디아 칩 탑재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납품 단가 등을 감안하면 1500대 이상이 최첨단급으로 추정된다.

매그인프라는 서류상 인스퍼와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모회사 법적 대표가 인스퍼 자회사 등에서 직책을 맡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사무실도 인스퍼 본사 인근에 있는데, NYT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근무자가 한 명도 없는 위장 주소였다. 중국 조달 기록상 매그인프라가 수입한 서버는 중국 대학과 국영기업 등에 공급됐다.

윌리엄 조지 임포트지니어스 연구이사는 “이런 상황을 보고 수출통제를 회피하기 위해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네트워크가 아니라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NYT는 아이브레스가 인스퍼와 동일한 서버, 직원, 사무실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연방 당국이 규제 대상에 올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방 당국은 인스퍼 자회사 실태 조사에 착수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에 백악관은 “현대사에서 가장 엄격한 수출통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엔비디아도 “우회 제품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수출통제 준수를 확인한 파트너에게만 판매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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