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수사 외압 의혹’ 수사, 임은정-백해룡 갈등

직권남용·명예훼손 혐의로 임 지검장 경찰 고소

백 경정 “수사팀 고립시켜 실질적 수사 막았다”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해 온 백해룡 경정이 합동수사단에서 함께 활동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난달 14일 경찰에 고소했다. 백 경정이 8일 서울 송파구 송파경찰서에서 고소인 조사를 받기 전 취재진과 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해 온 백해룡 경정이 합동수사단에서 함께 활동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난달 14일 경찰에 고소했다. 백 경정이 8일 서울 송파구 송파경찰서에서 고소인 조사를 받기 전 취재진과 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마약수사 외압 의혹’ 규명을 위해 꾸려진 검경 합동수사단에 파견돼 수사하면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갈등을 빚은 백해룡 경정이 임 지검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소하고 8일 경찰에 출석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날 백 경정을 불러 첫 고소인 조사를 진행했다.

백 경정은 경찰 출석 전에 기자들을 만나 임 지검장이 합수단 수사 과정에서 실질적인 수사 권한과 환경을 보장하지 않아 수사 관련 권리를 방해했다는 고소 취지를 밝혔다.

백 경정은 “동부지검에 파견된 뒤 한 달가량 킥스(KICS, 형사사법정보시스템)를 사용하지 못했고 이후에도 통신수사 등에 필요한 내부 결재라인과 결재권자가 마련되지 않았다”며 “수사에 필요한 기본적인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파견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임 지검장이 수사 내용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백 경정의 법률대리인 이창민 변호사는 “대통령은 백 경정을 서울동부지검 합수단에 파견해 기존 합수단과 협동 수사하도록 지시했지만 실제 파견 이후 백해룡 수사팀은 합수단 직제에 편입되지 않았다”며 “압수수색을 비롯한 강제수사는 물론 임의수사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임 지검장은 당시 백 경정 수사팀을 ‘독립된 작은 경찰서처럼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백 경정이 과거 직접 수사한 세관 마약 사건의 원기록조차 열람하지 못했고 다른 합수단 수사기록에도 접근하지 못했다”며 “결국 백 경정과 수사팀을 고립시켜 실질적인 수사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 오늘 기자회견의 요지”라고 설명했다.

백 경정은 지난달 14일 임 지검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백 경정은 지난해 10월 서울동부지검에 꾸려진 세관 마약밀수 연루 의혹 합동수사단에 합류했으나 임 지검장 등 지휘부가 실질적인 수사 권한을 보장하지 않았다고 반발해 왔다. 이후 약 석 달간 수사에 참여한 뒤 합수단을 떠났다.

반면 백 경정 수사팀과 별도로 수사를 진행한 동부지검 합수단은 지난 2월 말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세관의 마약 밀수 연루 및 수사 외압 의혹에 실체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합수단은 “수사 종사자(백 경정)가 확증편향에 빠져 마약 밀수범들의 허위 진술에 의존해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또 허위 내용의 수사서류를 작성해 편철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경찰청에 징계 등 혐의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백 경정은 이 같은 합수단 발표 역시 사실과 다르다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백 경정 측은 “백 경정이 허위 수사자료를 작성하거나 조작 수사를 한 것처럼 대검찰청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고, 임 지검장도 유사한 내용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했다”며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2023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을 지내던 백 경정은 다국적 마약조직의 필로폰 밀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세관 직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수사 언론 브리핑 축소와 검찰의 영장 반려 등이 이어지자 수사하는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서울경찰청은 백 경정이 지난해 10월 합수단에 파견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공보규칙과 수사규칙, 지시·명령 등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동부지검은 경찰에 징계를 요구했다. 현재 백 경정은 대기발령 상태에서 감찰받고 있다.


kid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