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균 환율 1528원→1355.8원 ‘뚝’
원화 강세, 수출업체 수익성에 악영향
반도체 초과수요에 경상수지는 ‘탄탄’
여타 업종 충격 불가피…양극화 심화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최근 세 달 연속 원/달러 환율이 떨어진 가운데 앞으로도 환율이 추세적으로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환율 급락에 글로벌 초과 수요 상태인 반도체 업종과, 공급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석유화학 등 여타 업종 간 양극화 현상이 앞으로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일 장 중 한때 1334.7원까지 떨어졌다. 2024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월평균 환율(주간종가 기준)은 올해 6월 1528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7월 1488.9원, 8월 1404.4원 등 연이어 하락했다. 9월도 8일 현재 1355.8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시장에서는 원화 강세(환율 하락)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차영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자금 유출입, 한·미 성장격차 및 금리경로, 당국 기조 등을 고려할 때 내년까지 원화 강세 압력이 우세하다”며 “원/달러 환율 하단은 1300원대 아래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원화 강세는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달러로 같은 가격에 물건을 팔더라도 원화 환산 수익은 줄어든다. 그렇다고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그만큼 달러 표시 가격을 올리면 가격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수요는 줄고, 매출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 경상수지나 수출 추이는 견조한 흐름이다. 환율 하락이 본격화한 7월 경상수지는 420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동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5일 기준 올해 누적 수출액은 7094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수출액(7093억달러)을 일찌감치 앞질렀다. 한은은 “최근 상품수출 증가는 반도체 등이 주도하고 있고, 반도체 인공지능(AI) 투자에 따른 기조적 수요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환율 영향은 제한적이고 수요와 공급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환율 하락에도 현재 경상수지 흑자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는 글로벌 수요가 공급을 훨씬 크게 웃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전체 수출은 계속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8월 누적 반도체 수출 비중은 40.6%에 달했다.
문제는 그 외 업종들이다. 상대적으로 글로벌 수요가 약하거나, 공급 경쟁이 치열한 업종들은 환율 하락에 따른 부정적 영향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한 관계자는 “원화 강세는 원화 환산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직접 효과와, 달러표시 가격 상승에 수요가 줄어드는 간접 효과 두 갈래로 수출업체 실적에 영향을 끼친다”며 “반도체의 경우 초과 수요에 후자의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글로벌 공급 경쟁이 치열한 업종의 경우 환율 하락분이 실적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들을 보면 비IT 부문의 실적도 괜찮은 흐름이다. 7월 통관수출에서 비IT 품목은 전년 동월 대비 18.3% 올랐다. IT 부문(140.6%)에 비하면 13% 수준이지만, 실적 개선 흐름이 반도체뿐만 아니라 여타 업종으로의 점차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환율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환율 하락이 수요에 영향을 주기까지의 시차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비IT 업종의 수출 증가세가 본격적으로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업종과 그 외 업종 간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
원화 강세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대표적인 업종은 자동차, 석유화학 등이 꼽힌다. 모두 수출 비중이 높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자동차 업체들이 국내에서 생산한 차를 달러로 수출할 때 원화가 강해지면 판매단가는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또한 미국·유럽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 업체들과 경쟁 관계인 국내 자동차 업체들로서는 원화가 엔화보다 더 강세를 보일 경우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수요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월평균 원/엔 환율은 6월 950.4원에서 7월 921.5원, 8월에는 885.6원까지 연이어 떨어졌다. 9월(8일까지)은 864.5원으로 더 떨어졌다.
석유화학 업계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수출 비중은 30~40% 수준으로 알려졌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같은 해외 수익을 원화로 환산할 때 가치가 떨어지면서 실적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석유화학 제품들은 반도체와는 반대로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은 ‘초과 공급’ 상태다. 공급 과잉 상태에서 환율 부담분을 가격에 반영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처럼 특정 산업의 호황이 통화 강세로 이어지며 나머지 업종의 경쟁력을 악화시킨 사례는 과거 네덜란드에도 있었다. 네덜란드는 1959년 북부 해안에서 천연가스 유전을 발굴한 뒤 천연가스 수출로 매년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이며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국의 통화 가치가 급등하자 석유 제품을 제외한 제조업은 경쟁력이 약해졌고, 결국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장기적으로 생산요소 등 자원이 IT 부문으로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여타 핵심 산업의 생태계 붕괴와 불균형 심화 가능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런 점을 유념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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