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금연군 우울증 위험 34% 감소
중증 환자는 위험 약 60% 낮아
서울대병원과 COPD 환자 5671명 분석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가 2년 이상 금연을 유지할 경우 우울증 발생 위험이 지속 흡연자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중증 COPD 환자에서는 위험이 약 60% 낮게 나타났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신현영 가정의학과 교수와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새롭게 COPD를 진단받은 환자의 금연 기간과 우울증 발생 위험 간 연관성을 분석했다고 11일 밝혔다.
COPD는 흡연, 미세먼지 등으로 기도가 좁아지고 공기 흐름이 지속적으로 제한되는 만성 호흡기질환이다. COPD 환자의 20~60%에서 우울 증상이 동반되는 것으로 보고되며, 흡연과 우울 증상이 함께 있는 경우 사망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자료를 활용해 2003~2014년 COPD를 새로 진단받은 성인 5671명을 분석했다. 평균 8~9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총 603명에게서 우울증이 새롭게 발생했다.
연구팀은 COPD 진단 전후 흡연 상태에 따라 대상자를 ▷계속 흡연군 ▷진단 후 금연 기간이 2년 미만인 단기 금연군 ▷2년 이상 금연을 유지한 장기 금연군 ▷비흡연군 등으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장기 금연군의 우울증 발생 위험은 계속 흡연군보다 34% 낮았다. 장기 금연군에서는 579명 중 35명에게 우울증이 발생해 발생률이 1000인년당 8.4명이었다. 연간 환자 1000명 기준 약 8.4명이라는 얘기다. 계속 흡연군은 1138명 중 114명으로 1000인년당 12.0명이었다.
반면 2년 미만 단기 금연군은 계속 흡연군과 비교해 우울증 발생 위험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비흡연군 역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전체 COPD 환자에서는 2년 이상 금연을 유지한 경우에만 유의한 위험 감소가 확인됐으며, 질환이 심한 환자에서는 이 같은 연관성이 더 크게 나타났다.
중증 COPD 환자만 따로 분석한 결과 장기 금연군의 우울증 발생 위험은 계속 흡연군보다 약 60% 낮았다. 이 같은 연관성은 남성, 65세 미만, 동반질환이 적은 환자, 소득 수준이 높은 환자, 체질량지수(BMI)가 25㎏/㎡ 미만인 환자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니코틴이 도파민·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 분비와 스트레스 호르몬 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장기간 금연을 유지하면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회복되고 체내 염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연 초기 2년 이내에는 금단 증상을 겪을 수 있어 뇌와 신체가 회복되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COPD 진단은 환자에게 생활습관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단순히 금연을 시도하는 것을 넘어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긍정적 의미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특히 중증 COPD 환자에서 금연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며 “COPD 환자 치료에서 금연 상담과 동시에 정신건강 관리를 병행하는 데 이번 연구가 의학적 근거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Respiratory Medicine’ 9월호에 게재됐다.
한편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COPD 환자는 40세 이상 성인의 약 13%인 300만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실제 의사에게 진단받은 비율은 2.8%, 치료를 받는 비율은 1.6%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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