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용 LG사이언스파크 기술기획팀장 인터뷰

매해 9월 열리는 LG 테크페어, 올해로 3년째

계열사 기술 한자리서 공유

위닝테크 41개 전시

CDU 등 사업화 성과도

‘원 LG’ 구심점 역할

이지용 LG사이언스파크 기술기획팀장이 10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이지용 LG사이언스파크 기술기획팀장이 10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LG 테크페어는 한마디로 ‘LG판 CES(세계 최대 IT·가전 기술 전시회)’입니다. 흩어져 있던 연구개발(R&D) 역량을 한데 모아 LG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계열사 간 협업의 기틀을 다지는 ‘원 LG(One LG)’의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이지용 LG사이언스파크 기술기획팀장)

LG가 그룹 내부 기술 장벽을 허물기 위해 시작한 ‘테크페어’가 연구원들의 도전 의식을 높이는 것을 넘어 계열사가 한 팀으로 움직이는 ‘원 LG(One LG)’의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계열사별 핵심 기술을 한자리에서 공유하면서 새로운 적용처와 공동 사업화 가능성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와 그룹 차원의 협력까지 넓혀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지용 LG사이언스파크 기술기획팀장은 10일 헤럴드경제와 만나 “테크페어는 현재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기술 뿐 아니라, LG의 미래사업을 만들어갈 원천기술까지 함께 발굴하고 실행해가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원 LG로 위닝테크를 개발해 시장에서 이기고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과 김 책임은 LG기술협의회를 운영하며 위닝테크·글로벌 R&D·원 LG 등 그룹 핵심 R&D 아젠다와 계열사 협업 과제를 기획·지원하고 있다.

2024년 시작한 테크페어는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올해는 현재 사업 경쟁력을 높이거나 미래 사업을 창출할 수 있는 LG의 핵심 기술인 ‘위닝테크(Winning Tech)’ 41개가 선정됐다.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LG의 홈로봇 클로이드(CLOiD)와 AI 가전을 연동해 청소·공기관리·물품 전달 등을 자율 수행하는 기술이 소개됐다. 반도체용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와 고방열 접착 필름(NCF) 등 AI 반도체 성능을 높이는 기술도 전시됐다.

매년 9월 열리는 테크페어는 LG 연구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무대이기도 하다. 그룹 주요 경영진과 다른 계열사 연구원 앞에서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직접 설명하고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임직원 투표로 우수 기술을 선정하는 ‘테크페어 최고상’도 신설했다. 향후 LG 최고 권위의 시상 행사인 ‘LG 어워즈’로 나아가는 하나의 이정표 역할도 한다.

미래 핵심 기술이 공개되는 만큼 보안도 철저하다. 행사장에는 휴대전화를 반입할 수 없고 별도의 리플릿도 제작하지 않는다. 최고상 투표 역시 전체 과제 목록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온라인이 아닌 수기로 진행한다.

LG전자의 냉각수 분배 장치(CDU)가 지난 7월 엔비디아의 공식 인증을 받았다. 사진은 LG전자가 지난 4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데이터센터월드(DCW) 2026’에서 선보인 CDU. [LG전자 제공]
LG전자의 냉각수 분배 장치(CDU)가 지난 7월 엔비디아의 공식 인증을 받았다. 사진은 LG전자가 지난 4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데이터센터월드(DCW) 2026’에서 선보인 CDU. [LG전자 제공]

테크페어가 실제 사업화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LG전자의 AI 데이터센터용 냉각수 분배장치(CDU)다. 서버 칩을 액체로 직접 냉각해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를 낮추는 기술로, 지난해 테크페어에 출품된 뒤 올해 7월 엔비디아 품질 인증을 획득했다. 해당 기술은 ‘AI 팩토리’ 분야에서도 LG의 핵심역량으로 평가받고 있다.

테크페어는 기술을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계열사 간 접점을 만들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플랫폼 역할도 맡고 있다.

김성실 LG사이언스파크 기술기획팀 책임은 “엔지니어들은 자신이 맡은 사업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적용 가능성을 놓칠 수 있다”며 “다른 계열사의 연구원과 사업 리더가 기술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개발 조직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적용처와 협업 기회가 발견된다”고 말했다.

테크페어는 ‘원 LG’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실제 LG는 지난해 말 계열사 경영진이 함께 MS를 방문하고 그룹 기술을 한데 소개하는 테크쇼를 열었다. 지난 8월에는 엔비디아와 로봇·AI 팩토리·모빌리티 분야 전략적 협력에 나섰다.

이 팀장은 “테크페어와 MS 테크쇼, 엔비디아 협력이 갑자기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며 “흩어져 있던 R&D 조직이 서로의 핵심 과제를 확인하고 이를 그룹의 의사결정으로 연결해 온 과정들이 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계열사 간 연결을 통해 각 사의 위닝테크가 ‘LG의 위닝테크’가 되도록 하는 자리”라며 “원 LG의 미래 사업의 씨앗을 키우는 플랫폼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