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정보 새나가

정부, 삭제·차단조치 이어 고발 검토

구글 민감정보 처리방식 비판 확산

2024년 8월 3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여성ㆍ엄마들의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
2024년 8월 3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여성ㆍ엄마들의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

불법촬영으로 피해를 본 이들이 온라인에 게재된 영상물을 지워달라며 구글에 삭제 요청 보낸 정보가 해외 사이트에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공된 정보가 되레 피해자를 ‘2차 피해’에 노출시킨 격이라, 구글의 민감정보 처리 방식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11일 “구글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며 법적 조치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성평등가족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원 장관 주재로 ‘구글 디지털성범죄 피해정보 유출’ 관련 브리핑을 열고 사건 경과와 정부의 대응 방안을 밝혔다.

원 장관은 “정부는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구글은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은 단순한 시스템상의 오류나 실수로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며 “구글은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피해자와 국민 앞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긴급 삭제·차단 조치에 나선 데 이어 구글에 대한 고발까지 검토하고 있다.

성평등부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성폭력처벌법과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검토하며 구글발(發) 피해자 정보 유출을 법령 위반으로 볼 여지를 찾고 있다.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필요한 법적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성평등부는 지난달 25일 구글과 협업하는 해외 연구 프로젝트 사이트에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게시된 사실을 인지했다.

게시물에는 피해자의 이름과 나이, 직장, 학교,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뿐 아니라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내용까지 포함됐다. 피해자들이 불법 촬영물 등의 삭제를 위해 구글에 제출한 정보가 외부에 여과 없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성평등부는 피해자들을 대신해 즉시 구글과 해당 사이트에 관련 정보의 삭제를 요청했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도 긴급 차단 심의를 요청해 피해자가 식별될 수 있는 정보 10여건을 긴급조치하고 지난 1일 기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등으로 검색되는 200여건 전체를 차단했다.

이어 지난 4일엔 원 장관 주재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구글 측에 정보 공유·노출 경위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이튿날에는 구글코리아 관계자들과 대면회의를 열었고, 7일에는 구글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자들과 후속 회의를 진행했다.

정부 조치에 따라 지난 7일 오전 1시께부터 구글에 접수된 삭제 요청 내역 일체가 해당 사이트에서 보이지 않는 상태다. 정보 유출 우려로 한때 중단됐던 구글 대상 디지털성범죄물 삭제 지원도 지난 9일부터 재개됐다.

원 장관은 “정부는 이번 조치만으로 사안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며 “구글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플랫폼이라면, 피해자의 민감정보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처리해야 할 책임이 더욱 무겁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글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구글 측은 “피해자 정보를 해당 사이트와 공유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일부 정보가 삭제 처리되지 않은 채 의도치 않게 데이터베이스에 공유된 사실을 확인한 즉시 해당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도윤 기자


kid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