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강선우·용혜인까지 3년 새 3번째 실패
여가부→성평등부 확대, 부처 선명성은 흐릿
“전문성, 정치력 하나에 치우친 인선 반복”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14일 만에 사퇴하면서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정부와 이재명 정부를 통틀어 최근 3년 사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인사는 김행·강선우 전 후보자에 이어 용혜인 의원이 추가됐다. 정책·행정 전문성보다 정치적 필요와 상징성을 앞세운 인선의 실패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용 의원은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관 후보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지금 여기서 멈추는 것이 더불어민주당과 기본소득당, 그리고 민주·진보진영 내 연대 정신을 이어나가는 데에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용 의원을 후보자로 지명할 당시 대통령실이 강조한 것은 ‘청년’과 ‘성평등’이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용 의원에 대해 “사회적 약자 편에서 목소리를 내온 청년 재선 의원”이라며 “세대 간, 성별 간 갈등을 넘어 청년 세대와 함께 모두의 성평등으로 나아갈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명 직후부터 성평등 정책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30대 여성 재선 의원’이라는 상징성과 진보진영과의 연대를 우선 고려한 정치적 인선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용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을 모두 고수하겠단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었고 여성계가 줄곧 반대해 온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찬성한 사실도 알려지며 비판을 받았다.
또 이어진 여가부 장관 수난사
성평등부 장관 인선은 최근 3년간 번번이 진통을 겪었다.
지난 2023년 9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김현숙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의 후임으로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하지만 ‘주식 파킹’ 의혹과 인사청문회 중도 이탈 등으로 한 달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후임 인선이 무산되면서 사의를 표명한 김 장관이 계속 업무를 봐야 했다. 이듬해 2월에 김 장관의 사의가 수리됐고 이후 차관 직무대행 체제가 2년 가까이 이어졌다.
대통령이 바뀌고 지난해 6월 강선우 당시 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정부 들어 첫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후 ‘보좌진 갑질’ 논란이 파장을 일으키며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거치고도 낙마했다.
길었던 수장 공백을 끝내고 원민경 장관이 지난해 9월 취임했다. 법률가로 오랫동안 여성 범죄 피해 문제 등에 천착해온 점을 시민사회는 높이 평가했다. 이후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이름을 바꾸는 등 확대·개편됐다.
원 장관은 취임 당시 “여가부는 존폐 논란과 장기간의 리더십 공백 속에 정책 추진 동력 약화 위기를 겪었다”며 “대한민국 성평등과 가족·청소년 정책의 범부처 컨트롤타워로 위상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지난 1년간 고용평등임금공시제와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추진하고, 정부 합동 ‘디지털성범죄 피해 통합지원단’을 출범시키는 등 주요 정책을 이끌어왔다.
성평등부의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보다 5.5% 늘어난 2조1191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최근에는 ‘구글 디지털성범죄 피해정보 유출’ 사태 등 대응해야 할 현안도 산적해 있다. 부처 내부에서는 장관 인선을 둘러싼 혼란이 반복되면서 주요 정책의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성평등가족부 관계자는 “부처가 확대 개편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내부적으로 사기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원 장관 체제에서 조직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던 상황이라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인선 난항의 배경에는 전문성과 정치력 어느 한쪽에 치우친 인선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민경 경찰대학 범죄학과 교수는 “정치인은 전문성이 부족하고 전문성이 있는 인사는 정치력이 부족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동안 장관 인선에서 어느 한쪽 측면만 강조한 결과 어려움이 반복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ki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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