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영종총연, 영종 크린넷 설치 의무 중단 요구 기자회견
LH·IH가 설치한 70.4㎞ 지하 관로·집하장 4곳 2014년부터 가동 못해
경제청·영종구청, LH 인계인수 요청 장기간 거부
2023년 협약으로 보수·시운전 절차 재개
운영비 50대50·시설보수 75대25 분담
시민단체 “과거 실패 책임 규명 없이 주민 부담 전가 안돼”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인천 영종국제도시의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인 ‘크린넷’이 1500억원대의 막대한 사업비를 투입하고도 10년 넘게 정상 가동되지 못한 채 표류하면서 행정 실패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특히 시설을 둘러싼 관계기관의 책임 공방이 장기간 이어진 데다 2023년 인계인수 협약까지 체결됐지만 여전히 정상 운영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제는 단순한 시설 정상화 차원을 넘어 사업 추진과 관리·인계인수 과정 전반에 대한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와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1530억원이 넘는 공공재정을 투입하고도 10년 넘게 가동조차 하지 못한 시설을 주민들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며 크린넷 사업 전 과정에 대한 감사와 독립적인 경제성·환경성 검증을 요구했다.
1530억원 투입… 그런데 10년 넘게 ‘멈춤’
영종 크린넷은 생활폐기물을 지하 관로를 통해 집하장으로 자동 이송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설은 집하장 4개소와 총연장 70.4㎞의 관로, 투입구 등으로 구성돼 있다. 투입구는 사업자와 분양자 설치분을 합쳐 약 790개에 이른다.
사업 시행자는 LH와 인천도시공사(IH)다. 시설물 공사는 2010년 4월 시작돼 2014년 12월 완료됐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시설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곧바로 정상적인 생활폐기물 처리체계로 자리 잡은 것이 아니었다. 관계기관 간 인계인수 문제가 장기간 해결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정상 운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LH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당시 인천 영종구청에 11차례 인계인수 합동점검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도 인계인수 회의 개최를 8차례 요청했으나 역시 난항을 겪었다.
결국 시설공사가 끝난 뒤에도 수년간 운영 주체를 둘러싼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고 2021년 말에는 관련 공사가 중지되기에 이르렀다.
‘만들고도 못 넘긴 시설’… 책임 공방 여전
1500억원이 넘는 시설을 만들어놓고도 10년이 지나도록 정상적인 운영체계조차 확립하지 못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크린넷은 처음부터 단순한 민간시설이 아니었다. 막대한 공공재원이 들어간 도시기반시설인 만큼 사업계획 단계에서부터 시설 규모와 운영방식, 유지관리 비용, 인수인계 조건 등을 면밀하게 검토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 과정에서는 시설을 설치한 LH와 향후 관리·운영을 맡아야 할 관계기관 사이에서 인계인수 문제가 장기간 해결되지 않았다.
LH 측은 인계인수를 요구했고 경제청과 영종구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 반복됐다.
시민단체가 이번 기자회견에서 사업계획과 예산 집행, 설계·시공, 준공 이후 관리, 운영주체 결정, 인수인계 과정 전체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3년 협약… ‘해결책’인가, 또 다른 출발인가
그렇다고 관계기관이 아무런 해법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22년 8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인계인수를 위한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T)가 운영됐고 2023년 10월에는 LH·IH·중구청·경제청이 자동크린넷 인계인수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의 골자는 비교적 명확하다. 먼저 LH가 보수공사와 시운전을 실시한 뒤 1년간 상업운전을 진행한다. 이후 LH와 구청이 공동 감독하는 종합진단용역을 실시하고 정상 가동 여부를 판단한 뒤 시설을 구청에 일괄 인수하는 방식이다.
상업운전 종료 3개월 전 종합진단을 실시해 정상 가동 여부를 판정하도록 했다.
음식물쓰레기는 자동크린넷 운영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기존 음식물 투입구를 철거하고 음식물쓰레기 종량기로 교체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문제는 이제부터 발생할 비용이다. 당시 협약에 따르면 인계인수 이후 운영비는 경제청과 구청이 50대50으로 부담하고 시설 보수비는 75대25로 나눠 부담한다.
시설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경우 앞으로 상당한 규모의 유지관리비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시민사회가 묻는 것은 단순하다.
‘이미 1530억 썼으니 돌려야 한다’는 논리는 위험
크린넷 논란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이미 투입된 사업비를 이유로 앞으로의 의사결정을 결정하는 것이다.
1530억원을 썼다는 사실은 앞으로 크린넷을 운영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없다.
이미 지출된 비용은 되돌릴 수 없는 ‘매몰비용’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앞으로 얼마를 더 투입해야 하는지, 정상 가동이 가능한지, 현재의 생활폐기물 수거방식보다 환경성과 경제성이 우수한지 등을 냉정하게 따지는 것이다.
크린넷을 다시 살리기 위해 시설 보수와 부품 교체, 전력 사용, 유지관리 인력, 장기적인 관로 관리 등에 얼마나 많은 비용이 필요한지도 공개돼야 한다.
환경 측면에서도 비교가 필요하다. 자동집하시설이 차량 운행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력 사용과 시설 유지에 따른 환경 부담을 함께 따져야 한다.
반대로 현재 운영되고 있는 생활폐기물 수거체계 역시 차량 운행과 인력 비용, 악취와 적치 문제 등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비교해야 한다.
결국 ‘크린넷이 좋은 시설인가’가 아니라 ‘2026년 현재 영종에 어떤 폐기물 처리체계가 가장 합리적인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큰 논란은 ‘신축건물 설치 의무’
시민단체가 특히 문제를 제기하는 대목은 신축건축물에 대한 크린넷 관련 시설 설치 문제다.
현재 시설의 정상 가동 여부와 향후 운영방식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건축물에 획일적으로 크린넷 설치를 요구한다면 기존의 문제를 미래의 주민과 사업자에게까지 확대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용 여부가 불확실한 시설에 건축비를 추가로 투입하게 되면 결국 그 비용은 사업자나 입주민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시민단체는 “정상 가동 가능성과 환경성·경제성이 검증될 때까지 신축건축물에 대한 획일적인 설치 의무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폐쇄’까지 열어놓고 판단해야
이번 논란의 또 다른 특징은 시민단체가 크린넷 정상 가동만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폐쇄나 부분 가동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중요한 지점이다. 과거 사업의 실패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어떻게든 시설을 돌리는 것’이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독립기관을 통해 △시설 정밀진단 △정상 가동 가능성 △추가 보수비 △연간 운영비 △환경성 △기존 수거체계와의 비용 비교 △장기적인 시설 유지 가능성 등을 객관적으로 검증한 뒤 결론을 내려야 한다.
정상 가동이 가능하고 환경성과 경제성이 충분하다면 운영하면 된다.
반대로 막대한 추가 비용이 필요하거나 환경·경제성이 떨어진다면 부분 가동이나 폐쇄 등 다른 선택도 검토해야 한다.
핵심은 ‘누가 책임지고, 누가 돈을 낼 것인가’
시민단체들은 이날 1530억원 규모 사업의 계획·예산집행·장기 미가동·인수인계 전 과정에 대한 감사와 책임자 문책, 독립기관의 객관적인 비교·검증, 2023년 인계인수 협약 재검토 및 주민 공론화를 요구했다.
또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을 경우 감사청구와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영종 크린넷은 이제 단순한 ‘쓰레기 처리시설’의 문제가 아니다.
1530억원이라는 막대한 공공투자가 왜 실패했는지, 10년 넘게 멈춰 있었던 시설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 앞으로 영종 주민들이 어떤 폐기물 처리체계를 선택할 것인지가 동시에 걸려 있다.
이미 1530억원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또 다른 비용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
시민단체는 ▷1530억원 사업의 계획·예산집행·장기 미가동·인수인계 전 과정 감사 ▷정책 판단 오류나 관리 부실 등 책임이 확인될 경우 관련자 문책 ▷독립기관을 통해 크린넷과 기존 폐기물 수거체계를 환경성·경제성·운영효율 측면에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비교·평가·검증 ▷2023년 인계인수 협약을 원점 재검토하고 폐쇄, 부분 가동 등 모든 대안을 열어놓고 주민과 환경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론화 실시 ▷정상 가동 가능성과 환경성·경제성이 검증될 때까지 신축건축물에 대한 획일적인 크린넷 설치 의무 중단 등을 요구했다.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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