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LNG 공급 차질에 아시아 대체 공급처로 부상

알래스카 LNG·폴라 LNG 등 최대 800억달러 사업 추진

비용·자금조달·러시아 제재까지 곳곳 난관

아시아 지분투자는 포스코가 유일

지난 7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다시 고조된 이후 처음으로 8일 오전(현지시간) 카타르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은 운반선이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LNG 운반선이 예인선들의 안내를 받아 항구에 입항하는 모습 [게티이미지]
지난 7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다시 고조된 이후 처음으로 8일 오전(현지시간) 카타르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은 운반선이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LNG 운반선이 예인선들의 안내를 받아 항구에 입항하는 모습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이란전쟁으로 중동산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이 흔들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해온 알래스카 LNG 개발 구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동보다 한국·일본 등 아시아까지 운송 거리가 짧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지만, 최대 800억달러(약 110조원)에 달하는 사업비와 자금조달, 러시아 제재 등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 개발업체 글렌판그룹과 투자회사 젠트리 비치가 각각 알래스카에서 대규모 LNG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글렌판이 추진하는 ‘알래스카 LNG’의 사업비는 545억달러, 젠트리 비치가 추진하는 ‘폴라 LNG’는 250억달러 규모다. 두 사업을 합치면 약 800억달러에 달한다.

두 회사는 최근 이란전쟁으로 중동산 LNG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알래스카산 LNG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알래스카에서 생산된 LNG는 한국과 일본 등 주요 아시아 시장까지 1주일 남짓이면 운송할 수 있어 중동산보다 운송 거리가 짧다.

하지만 실제 사업화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남아 있다.

두 사업 가운데 상대적으로 진척이 빠른 알래스카 LNG는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 가스전에서 남부 니키스키까지 약 1190㎞의 가스관을 건설하고 연간 2000만t 규모의 LNG 액화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당초 엑손모빌과 BP, 코노코필립스가 참여했지만 높은 사업비를 우려해 2016년 잇따라 철수했다. 이후 알래스카주 산하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공사(AGDC)가 사업을 맡았고 글렌판이 지난해 프로젝트를 인수했다.

사업비 부담은 여전히 최대 걸림돌이다. 가스관 건설에만 약 170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알렉스 먼턴 라피단에너지그룹 애널리스트는 “엑손모빌과 노스슬로프 생산업체들이 이 프로젝트를 면밀히 검토한 뒤 자신들에게 맞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며 비용 초과 위험을 지적했다.

사업 일정도 지연되고 있다. 지난달 알래스카 주의회가 관련 세제 혜택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가스관 1단계 공사가 늦춰졌다. 글렌판은 액화시설에 대한 최종투자결정(FID)을 내리기 위해서도 연간 300만t 규모의 LNG 구매 계약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250억달러 규모의 폴라 LNG는 더 초기 단계다. 노스슬로프에서 생산된 가스를 해안 마을 웨인라이트로 옮겨 액화한 뒤 수출하는 사업이다.

문제는 러시아다. 폴라 LNG는 비용과 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러시아 에너지기업 노바텍이 북극권 LNG 사업에 사용한 기술과 장비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노바텍의 일부 사업은 미국과 유럽의 제재 대상이다.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는 관련 장비를 가져다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노바텍의 기술과 장비를 폴라 LNG에 임대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 의회에서는 오히려 대러시아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아시아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작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현재까지 두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를 한 아시아 기업은 한국의 포스코그룹이 유일하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각각 3500억달러와 550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틀에 합의했지만 아직 알래스카 LNG에 관련 자금을 배정하지 않았다.

정치적 시간표도 변수다. 사업자들은 친화석연료 정책을 펴는 트럼프 행정부가 끝나는 2029년 이전에 사업을 되돌리기 어려운 단계까지 진척시켜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향후 민주당이 다시 집권할 경우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먼턴 애널리스트는 “알래스카의 석유와 가스는 민감한 이슈이며 그만큼 정치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sj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