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49표 그쳐…토론종결 위한 60표 확보 실패
SEC·CFTC 역할 커질 듯…입법 논의는 차기 의회로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 미 상원에서 본격적인 심의로 넘어가기 위한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화당이 민주당의 요구를 반영해 공직자 윤리 규정 등을 담은 수정안까지 내놨지만 끝내 초당적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법안의 연내 처리 가능성도 크게 낮아졌다.
15일(현지시간) 미 상원은 클래리티법에 대한 클로처(토론종결) 표결을 진행했으나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부결됐다.
이번 표결은 법안의 최종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표결은 아니다. 클로처는 상원 내 토론을 마치고 법안 심의를 계속할지를 가르는 절차다. 다만 이날 찬성표가 과반을 채 넘기지 못하면서 중간선거를 앞둔 현 회기 내 법안을 다시 처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클래리티법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할권을 규정하고 디지털자산 사업자 등록 요건과 자금세탁방지 규정 등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제를 담은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제정한 데 이어 클래리티법을 통해 디지털자산 시장 전반의 규제를 정비하려 했다.
신시아 루미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전날 공개한 635페이지 분량의 최종 수정안에는 공직자가 대가를 받고 디지털자산을 직접 발행하거나 후원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관련 사업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공직 윤리 규제 강화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 법무장관의 집행 권한도 확대됐다. 윤리 규정 위반과 관련해 주 법무장관이 미 연방 법무장관을 상대로 금지명령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상장 금지 규정을 위반한 거래소 등 중개업자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의 디지털자산 사업을 둘러싼 이해충돌 문제를 막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공화당이 내놓은 절충안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14억달러의 디지털자산 수익을 올리는 것을 막는 데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는 허울뿐인 장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윤리 조항의 집행 구조와 월드리버티파이낸셜 등 트럼프 일가의 디지털자산 사업과 관련한 예외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이번 표결 실패로 미국의 디지털자산 규제 정비는 당분간 의회보다는 SEC와 CFTC 등 규제기관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SEC는 최근 디지털자산 프로젝트의 토큰 발행에 대한 등록 면제 체계를 담은 규제안을 공개했고 CFTC 역시 기존 권한을 활용한 시장구조 규제 마련에 나선 상태다.
한편 업계에서는 규제기관의 규칙만으로는 장기적인 규제 확실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행정부 교체에 따라 규제 방향은 쉽게 달라질 수 있어 시장구조를 법률로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 의회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10월부터 사실상 선거 국면에 들어가는 만큼 관련 논의는 내년에 꾸려질 차기 의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kyo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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