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계열사 CEO 54명 연말 임기 만료
승계절차 본격화 속 “보완 기준 구체화 필요”
23일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추가 메시지 주목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승계절차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 연말 인사를 앞둔 금융권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승계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어떤 부분을 어느 수준까지 보완해야 하는지 보다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장을 포함해 5대 금융그룹 계열사 CEO 54명의 임기가 올해 말 종료된다. KB금융 10명, 신한금융 12명, 하나금융 13명, 우리금융 12명, NH농협금융 7명이다.
금감원은 지난 2023년 마련한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통해 금융지주와 은행이 현직 CEO의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경영승계절차를 시작하도록 권고했다. 이후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관련 승계절차와 내부규정을 정비해 왔다.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CEO가 많은 만큼 이달부터 각 금융그룹의 인선 작업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런 시점에 이 원장은 전날 열린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금융지주 자회사 CEO 승계절차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상당수 지주사의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마련한 승계절차가 충분하지 않고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역할도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 원장은 CEO 자격요건이 추상적으로 제시되거나 후보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단계별 최소 검증기간을 두지 않는 사례를 문제로 들었다. 상시후보군을 형식적으로 관리하거나 후보군 압축·검증 과정이 불투명한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후보군 선정과 검증·평가, 기록 등 승계 전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문제 제기의 취지보다 실제로 어느 절차를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다소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격요건이 추상적이고 검증 절차가 미흡하다고 했는데 어느 부분이 어느 정도 부족하다는 것인지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기준이나 점검 결과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부터 손봐야 할지 가늠하기 힘들어 내부에서도 당혹스러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은행장과 자회사 CEO 인사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방향은 알기 어려워 향후 당국이 어떤 기준을 제시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초부터 논의해 온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도 아직 구체적인 내용과 발표 시점이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직접 제한하기보다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의결 요건이나 주주총회 문턱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금융위는 구체적인 내용과 발표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새 제도 방향이 정해지기 전에 연말 인선 절차가 먼저 진행되면서 당국이 요구하는 기준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가 잇따르고 있다.
CEO 교체가 확대될 경우 중장기 경영계획의 연속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금융회사의 주요 사업은 대부분 수년에 걸쳐 추진되는 만큼 경영진 변화에 따라 사업 우선순위나 추진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자가 회사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CEO가 바뀌면 경영 방향과 사업계획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중장기 계획의 연속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 원장은 오는 23일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과 조찬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회사 CEO 승계절차와 금융권 지배구조 관련 현안 등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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