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월 항공·숙박 예약했는데 7월께 ‘미배정’ 통보
aT측 “세부 예산 6월 확정 확정돼 안내 늦어”
영농·농협 등 취소수수료 물거나 자비로 연수 진행
與 문대림 “명백한 행정 실패…구제방안 마련해야”
[헤럴드경제=윤채영 기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해외 선진지 견학·현장연수 지원’ 프로그램을 기대하고 항공권과 숙박 등을 예약했던 일부 영농조합법인과 농협이 뒤늦은 예산 지원 축소 안내로 취소수수료를 물거나 연수 비용을 자체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T가 연초에 ‘사업이 계속된다’고 안내했지만 갑자기 지원 규모가 대폭 줄어들면서 현장의 혼선과 비용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a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산물전문생산단지 해외 선진지 견학 지원액’은 지난해 5억2300만원에서 올해 6300만원으로 급감했다.
지원 대상 단지도 지난해 41개소에서 올해 5개소로 크게 줄었다. 일례로 2023년에는 47개소에 5억3419만원, 2024년에는 45개소에 5억7241만원이 각각 집행된 바 있다. aT에서 최근 수년간 매년 40곳 안팎을 지원해 왔지만 올해 지원 규모가 8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된 셈이다.
문제는 지원 축소 사실이 현장에 충분히 전달되기 전에 일부 영농조합 단지 등에서 해외연수 준비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국회 농해수위와 현장 설명 등을 종합하면 aT의 지역본부는 올해 초 사업설명회를 열고 해외 선진지 견학 사업이 올해도 시행된다고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지원 규모가 전년보다 대폭 축소된다는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게 일부 단지 측의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영농조합과 농협은 유류할증료 등 비용 부담을 고려해 지난 4~5월부터 항공권과 숙박 등을 예약했다. 이들은 “지원 규모가 축소됐거나 예산을 배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7월께 전달받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aT 측은 구체적인 지원 규모 안내가 늦어진 데 대해 “세부사업별 예산 확정이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aT에 따르면 해외 선진지 견학을 포함한 세부사업별 예산은 6월께 확정됐다. aT 관계자는 “세부사업 예산 확정이 늦어지는 사이 일부 단지가 4~5월 유류할증료 등을 고려해 항공권과 숙박을 미리 예약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문 의원실에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이미 예약을 마친 뒤여서 취소수수료와 자체 비용 부담이 발생했다. 연수를 취소한 4개 단지의 취소 관련 금액은 총 1540만원으로 파악됐다. 단지별로 90만~650만원 수준이다. 다만 해당 금액에는 실제 납부한 수수료와 예상 수수료가 포함돼 있어 구분이 필요하다.
지원 없이 자체 자금으로 연수를 추진했거나 추진 중인 단지도 15개소로 파악됐다. 지난해 단지당 평균 지원액이 약 1276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비용을 영농법인이나 농협이 직접 부담하게 된 셈이다.
실제 한 영농조합은 조직화 예산이 배정되지 않으면서 해외 우수사례 벤치마킹 비용을 자체 부담했고, 다른 농협도 상반기 이미 진행한 해외연수 비용을 자체 자금으로 충당했다. A 유한회사는 일부 농가 참석자의 일정을 취소하고 나머지 비용을 자체 부담했다.
B 원예농협은 지난 7월 이미 해외 선진지 견학을 진행했지만 지원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비용 정산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C 농협은 예산 축소로 해외 우수사례 벤치마킹을 오는 10월로 미뤘으며, 추가 예산을 배정받지 못할 경우 취소 수수료까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해외연수 지원이 일부 단지에 반복적으로 이뤄져 온 점도 현장의 지원 기대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원받은 66개 단지 가운데 두 차례 이상 지원받은 곳은 44개소였다. 3차례 지원받은 곳은 18개소, 4년 연속 지원받은 곳도 10개소에 달했다.
사업이 계속된다는 안내 자체를 지원 확정으로 볼 수는 없다. 다만 aT가 지원 규모가 대폭 줄어든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영농법인과 농협이 항공권·숙박 예약 등 비용을 지출하기 전에 이를 구체적으로 알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기존 참여 단지에 대한 반복 지원이 이어져 온 만큼 현장에서 올해도 지원을 기대했을 가능성까지 고려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 의원은 “예산 사정에 따라 지원 규모가 조정될 수는 있지만, 참여 단지들이 항공권과 숙박 예약을 마친 뒤에야 지원 축소를 통보한 것은 aT의 명백한 행정 실패”라며 “aT는 뒤늦은 통보로 취소수수료나 자체 비용을 부담한 단지의 피해 실태를 즉시 점검하고 합리적인 구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단지가 반복적으로 지원받는 관행이 굳어졌다면 사업 구조 자체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기존 우수단지만 되풀이해 지원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영농조합법인과 농협을 발굴해 경쟁력 있는 수출단지로 육성할 수 있도록 국정감사에서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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