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부르는 소비위축이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인지, ‘소비절벽의 방아쇠’를 당길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28일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내수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김영란법이 금품·향응 수수, 부정 청탁 등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를 일소하기 위한 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금품수수 허용기준과 부정 청탁 개념이 모호해 농축수산업계, 요식업계, 레저산업 등 민생경제가 단기적으로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추경을 편성할 정도로 경기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김영란법이 소비절벽으로 이어져 내수가 치명상을 입으면 우리경제 성장동력 회복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연간 11조 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우리 국내총생산(GDP)의 0.7%가 넘는다. 산술적으로 11조원 규모 추경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4분기부터 국내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최대한 부정적 파장을 최소화해 소프트랜딩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재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 등 관련부처들은 자체적으로 테스크포스(TF)를 만들거나 관련부서를 중심으로 파장을 점검중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농수산물 수요가 위축될 것에 대비한 소비촉진책이나 직거래활성화, 특정시기에 집중된 수급의 분산, 농축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등 다양한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김영란법으로 예상되는 소비위축이 찻찬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백화점업계 통계를 보면 최근 매출이 지난해 추석 직전에 비해 10% 안팎 늘었다. 오는 28일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내수 위축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백화점에서는 김영란법 이슈로 선물용 건강식품과 생활필수품 등 실속형 중저가 상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 선물 가격은 내려가고, 물량이 늘어나면서 택배업계는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8월 이후 9월 초까지 주요 백화점의 상품권 판매량은 전년보다 20~40% 급증했다. 신용카드는 카드사와 국세청에 사용내역이 고스란히 남는 반면 상품권은 액면가의 95% 이상을 현금화할 수 있고, 누가 어디에 썼는지 추적하기 어렵다. 법이 시행되더라도 비교적 적발 가능성이 낮아 상품권이 기업의 접대용 자금 또는 추석 선물로 각광받는다.

접대골프가 사라져 매출 절벽이 올 것이라던 골프장도 호황이다. 경기 북부의 한 골프장은 추석 연휴 14~18일 예약이 꽉 찼다. 추석 당일 휴장 골프장은 지난해보다 10% 넘게 줄었다. 법 시행 전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 라운딩하겠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 김영란법으로 인한 소비 위축은 단기간에 그치고, 장기적으로 경제의 효율성을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도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지난해 한국은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168개국 중 37위를 기록했다. 시대에 맞지 않는 낙후된 ‘접대 문화’ 등이 원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를 OECD 평균인 67점까지만 끌어올려도 0.65%포인트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2.7%에 더해 보면 3%대 성장도 충분히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기업의 정치자금 제공을 법으로 금지했을 때도 ‘관행이 없어지겠느냐’ ‘음성적으로 돈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었지만 결국 불법 정치자금이 사라져 기업 환경이 좋아졌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접대비를 더 생산적인 곳에 쓰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기업들이 법인카드로 결제한 접대비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 10조원을 기록했다.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 쓴 돈만 1조원을 넘었다.

대기업의 대관 업무 담당자 A씨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주말골프 접대는 물론 술을 곁들인 저녁식사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그간 친목 도모라는 명목으로 관행처럼 이뤄졌던 접대, 회식, 경조사문화는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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