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가 근력을 키운다고?”…식용곤충산업 어디까지 왔나

고소애 단백질 50% 이상…실내 대량사육도 가능

분말 9g→가수분해물 2g…음료·단백질바로 제품화

갑각류 알레르기 있다면 주의…꽃벵이·누에도 연구

갈색거저리 애벌레 [농촌진흥청 제공]
갈색거저리 애벌레 [농촌진흥청 제공]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벌레를 먹는다’는 것만으로 관심을 끌던 식용곤충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곤충을 통째로 먹거나 분말로 만들어 단백질을 보충하는 수준을 넘어 특정 기능을 가진 성분을 추출·가공해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사용하는 단계까지 왔다.

대표적인 게 ‘고소애’로 불리는 갈색거저리 애벌레다. 고소애 가수분해물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노화로 인해 감소할 수 있는 근력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2016년 일반식품 원료로 등록된 고소애가 10년 만에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로 영역을 넓힌 것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곤충 가운데 왜 고소애일까.

우선 단백질이 많다. 고소애는 단백질 함량이 50% 이상이고 필수아미노산 조성이 좋다. 지방에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고 칼슘과 철분, 마그네슘 등 무기질도 함유하고 있다.

갈색거저리 애벌레 [농촌진흥청 제공]
갈색거저리 애벌레 [농촌진흥청 제공]

산업화에 유리한 특성도 있다. 안정적인 실내 대량 사육이 가능해 원료를 지속해서 공급하기 쉽다. 농촌진흥청이 2016년 3월 고소애를 일반식품 원료로 등록한 뒤 식품 소재로서 연구를 이어온 이유다.

고소애를 그냥 먹으면 안 되는 걸까. 먹을 수 있다. 이미 일반식품 원료다. 문제는 기능성 소재로 활용할 때다.

고소애 건조 분말은 고분자 단백질이어서 소화·흡수에 시간이 걸리고 여러 형태의 제품으로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고소애 탈지 분말에 효소를 처리해 단백질을 작은 펩타이드나 아미노산으로 쪼개는 가수분해 기술을 적용했다.

이렇게 만들면 체내 소화·흡수율과 생체 이용률을 높일 수 있고 물에도 잘 녹는다. 기존 고소애 셰이크를 이용한 인체적용시험에서는 고소애 9g이 들어갔지만 이번 근력 시험에서는 가수분해물 2g을 사용했다.

가수분해 전후에는 성분 차이도 나타났다. 고소애 분말 1g당 류신은 0.47mg이었지만 가수분해물은 12.08mg이었다. 이소류신은 0.31mg에서 5.10mg, 발린은 0.68mg에서 7.47mg으로 증가했다. 이들 성분은 근육 단백질 합성과 관련된 분지사슬아미노산이다.

고소애로 만든 환자 식단 [농촌진흥청 제공]
고소애로 만든 환자 식단 [농촌진흥청 제공]

실제로 근력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농진청은 50~75세 성인 44명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하루 2g의 고소애 가수분해물을 제공했다. 악력은 평균 21.4kg에서 26.8kg으로 5.4kg 증가했다. 대조군과 비교한 증가 폭은 2.1배였다.

의자에서 다섯 차례 앉았다 일어서는 데 걸리는 시간도 7.38초에서 6.23초로 1.15초 줄었다. 대퇴사두근 근력은 대조군과 비교해 신전근이 7.7배, 굴곡근이 2.3배 증가했다.

곤충에서 어떻게 이런 작용이 나타나는지도 연구했다. 고소애 가수분해물에서 ‘AAPY’라는 펩타이드를 찾아냈다. 농진청은 이 성분이 근육세포 조절인자인 SIRT1과 Akt 경로를 활성화해 근육 단백질 분해를 억제하고 합성을 촉진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소비자가 고소애를 애벌레 모습 그대로 먹어야 할까. 그럴 필요는 없다.

가수분해물은 물에 잘 녹기 때문에 음료와 스포츠 드링크, 스틱형 파우더, 단백질 바 등으로 만들 수 있다. 우유나 두유, 요거트에 섞는 것도 가능하다. 식용곤충의 산업화가 ‘곤충의 형태를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서 ‘곤충에서 얻은 단백질 소재를 어떤 식품에 넣을 것인가’로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안전성은 어떨까.

농진청이 고소애 가수분해물을 대상으로 급성 경구 독성시험과 28일·90일 반복 경구투여 시험, 유전독성시험 등을 실시한 결과 무독성으로 확인됐다. 전임상과 임상시험 기간에도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다. 고소애는 갑각류 알레르기 항원과 교차 반응성이 있을 수 있어 해당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고소애 다음은 무엇일까.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농촌진흥청 제공]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농촌진흥청 제공]

농진청은 꽃벵이로 불리는 흰점박이꽃무지 유충과 누에 등 다른 곤충을 이용한 기능성 단백질 소재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특수의료용도식품인 메디푸드 개발과 곤충 단백질의 풍미 개선, 알레르겐 관리 기술도 연구 대상이다.

대량 생산 기반도 만들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일 강원 춘천에 곤충산업 거점단지를 준공했다. 2023년부터 올해까지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200억원을 투입했다. 팩토리팜 1동과 임대형 스마트팜 33동을 비롯해 AI 계측과 사육자동화라인 등을 갖췄다.

흰점박이꽃무지 성충 [농촌진흥청 제공]
흰점박이꽃무지 성충 [농촌진흥청 제공]

연간 생산 능력은 최대 1000톤(t)이다. 여기서 생산된 곤충 원료는 건강기능식품과 음료, 단백질 파우더, 메디푸드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정경석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고소애 가수분해물의 근력 유지 기능성 원료 등록을 계기로 기업 중심의 상용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곤충산업 거점단지를 통해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을 기반으로 생산·유통을 아우르는 산업화 생태계를 강화해 국제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adast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