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만의 긴 휴식이었던 추석 연휴. 삼성전자,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의 시계는 연휴와 상관없이 바쁘게 흘러갔다. 1조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또 숨돌릴 틈도 없이 뜨는 시장 인도로 달려갔다.
고속도로는 막판 고향길에 오른 차량으로 꽉 막히고, 공항은 여행객으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던 지난 14일, 인도에 도착한 이재용 부회장은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인도에서도 서쪽에 위치한 뭄바이에서 이동통신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새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공급을 논의하고, 또 현지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도 방문했다. 다음 날에는 다시 비행기로 2시간여 달려가 수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예방했다. 현지시장 1위 스마트폰 사업자로써 위상 강화는 물론,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제3 공장 설립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강행군이였다. 그 사이 서울 삼성전자의 모습도 다르지 않았다. 반도체 장비업체 ASML 지분 1.5%, 반도체 라이벌 램버스 지분 4.5%, 일본 샤프 지분 0.7% 등을 매각하고 약 1조원 대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에 투자한 자산을 효율화해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분을 매각한 회사들과의 협력 관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전했다. 철저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실용 우선 등을 내걸고 삼성전자와 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의 최근 적극적인 행보와 맞물린 삼성전자의 전략인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추석 연휴 직전 전격적인 등기이사 선임 소식에 이은, 연휴기간 발 빠른 행보, 또 40만대에 이르는 스마트폰 리콜의 차질없는 진행 준비 완료까지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 보다 빨라진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추석 연휴인데도 인도로 달려간 그의 발길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었다.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로 흔들릴 수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현재와 미래를 이끌고 있는 곳 중 하나가 인도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인도 노이다에 스마트폰 공장을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스마트폰의 핵심인 소프트웨어(SW) 연구소까지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 미래 스마트폰, 가전의 핵심 소프트웨어로 손 꼽히는 ‘타이젠’이 만들어지고, 또 전용 단말기가 세계에서 최초로 인도에서 출시된 것도 이런 까닭이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4년 기준 인도 매출 4392억 루피로 현지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또 올해 2분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8.2%에 달한다. 이 부회장은 모디 총리와 만나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단순한 외국인 투자자가 아니라 진정한 현지업체가 되고자 한다”며 “인도의 미래를 같이 고민하는 동반자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의 일시적 위기를 빠르게 잠재우고, 또 과감한 사업 재편을 원하는 이 부회장의 구상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해답을 추석 연휴 기간 인도에서 찾고 있다는 의미다.
최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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