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올 한 해 KBS에서 ‘특수’ 편성으로 주요 시간대에 들어간 ‘베이비시터’, ‘페이지터너’가 3~4%의 시간대에도 좋은 반응을 얻었고, 6월 방송된 ‘백희가 돌아왔다’는 오후 10시에 방송되며 10%대의 시청률을 기록, 미니시리즈보다 높은 수치로 화제를 모았다. ‘땜방’ 드라마였음에도 파격적인 실험과 소재로 단막극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단막극은 현재의 드라마 시장과 미래를 위한 자양분이자 전진기지다. KBS 출신의 한 드라마 PD는 “드라마의 상품화를 위해 스타작가와 배우를 캐스팅해 해외시장을 겨냥하기 보단 고비용 구조를 탈피한 참신하고 독창적인 시도로 자체경쟁력을 키워야 하는데, 방송사의 위기로 인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회당 4~5억원을 들여 드라마를 제작하려니 익숙한 흥행공식을 반복, 천편일률적인 드라마가 태어나게 된다. 드라마를 통한 ‘수익 창출’이 목표인 조직에선,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도 시청률이 떨어지면 멜로나 복수 등을 넣으라 하고,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출연자를 죽이라는 압력도 들어온다”고 한 방송사의 PD는 귀띔했다.

단막극은 미니시리즈가 하지 못하는 실험정신이 넘쳐난다. 2016 KBS ‘드라마스페셜’은 1980년대를 시골의 여고를 배경으로 소위 ‘빨간 책’으로 불리는 ‘야한 소설’ 금서를 둘러싼 성장극(빨간 선생님, 25일 방송)을 첫 회로 방송한다. 그뿐 아니라 미혼부(한여름의 꿈), 사이보그(즐거운 나의 집), 가톨릭 사제 출신의 대리기사(평양까지 이만원) 등의 이야기가 소재로 쓰인 참신한 작품이 많다.

윤석진 교수는 “단막극은 자기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작가도 시장논리에 의해 하기 어려운 것들을 보여주며 새로운 혁신을 위한 전초기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태양의 후예’를 거쳐 ‘빨간 선생님’을 연출한 유종선 PD는 “야한 소설이 소재로 들어오다 보니 TV로의 구현이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촬영을 하면서 재미를 느껴 이게 내 적성이라는 걸 찾았다”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했다. 연출자에게도 단막극은 새로운 실험을 가능하게 하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드라마스페셜’의 경우 청처하게 연출자가 “자신의 취향, 개성, 가치관에 맞게 대본을 골라 제작에 돌입”(지병현 팀장)하기에 자기 색깔을 잘 보여줄 수 있다.

배우들에게도 단막극은 연기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다. ‘빨간 선생님’에 출연한 배우 이동휘는 “드라마스페셜은 자유로운 소재로 작품의 폭을 넓히는 곳”이라며 “단막이기 때문에 집중력과 호흡을 잃지 않고 몰입할 수 있어 더 연기다운 연기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많은 배우들이 단막극에 대한 애정으로 ‘드라마스페셜’을 찾는다. 배우 유오성, 송윤아는 올해에도 카메오로 출연해 힘을 실어줬다. 지병현 팀장은 “유오성씨의 경우 워낙에 단막극을 좋아해 자주 출연하고 있다”며 “많은 배우들이 자신의 출연료보다 50~70% 수준밖에 받지 않는다. 송윤아씨의 경우 차비와 미용 등의 직접비용만 지원했는데도 흔쾌히 우정출연을 해줬다”고 말했다.

회당 약 1억원의 제작비로 최고의 ‘70분’을 만들어내기 위해 배우는 물론 제작진도 응원하는 마음으로 드라마에 참여한다. 편집 스태프 역시 기존의 10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급여를 받으며 단막극의 유지를 위해 힘쓰고 있다.

단막극이 드라마시장의 자양분이 되는 것은 신인작가와 배우, 연출자를 발굴한다는 데에도 있다. 이미 노희경, 김은숙 등 스타작가를 비롯해 ‘정도전’의 정현민, ‘비밀’의 유보라ㆍ ‘학교2013’의 이현주ㆍ ‘굿닥터’의 박재범, ‘앵그리맘’의 김반디 작가가 이 곳을 통해 태어났다. ‘드라마스페셜’ 지병현 팀장은 “단막극의 의의가 신인작가의 노출에 있기 때문에 이번 방송의 처음과 마지막은 2015 단막극 극본공모 당선작(빨간 선생님, 피노키오의 코)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10주간 시청자와 만나지만 올해에도 일요일 밤 11시 40분, 늦은 시간대에 편성됐다. 지병현 팀장은 “드라마스페셜은 홍보를 해서 시청률을 올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어디선가는 만들 가치가 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방송산업이 어려워지며 방송사마다 여유가 없어졌다. 그 와중에도 적은 제작비로 노력하고 있다. 내년에도 10편 이상을 목표로 회사도 시청자도 납득하고 좋아할 만한 작품들을 준비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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