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년차 이내 직장인 53.1% “이직 의향 있다”
-전문가 “고영불안 속 조직향한 ‘냉소주의’ 심화”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1.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32) 씨. 최근 하반기 공채 시즌을 맞아 주중, 주말 가릴 것 없이 바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입사 3년차를 맞아 각 대학에서 열리는 취업상담회에 회사 대표로 차출돼 돌아다니는데 이어, 주말에는 모교 경력센터에서 취업 멘토로 일하고 있기 때문. 요즘 자신의 주업무는 대학생들을 만나 자신이 다니는 대기업에 어떻게 입사할 수 있는지 열심히 설명하는 것 같다는게 이 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씨는 은밀한 ‘이중 생활’을 하고 있다. 이 씨는 “매일 저녁이면 공기업으로의 이직을 위해 스터디를 하고 있다”며 “사기업에서의 불투명한 미래와 견디기 힘든 사내정치에 휘말리기보다는 월급은 좀 적지만 안정된 공기업으로 2년 안에 옮기겠다는게 목표”라고 했다.
#2.국내 유명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모(29ㆍ여) 씨는 최근 이직을 준비하기 위해 스터디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다니는 직장 내에서는 단순업무가 반복되는데 불만을 갖고 있었던데다, 하반기 공채 시즌을 활용해 평소 꿈꿔왔던 중국 관련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회사로 이직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첫 모임에 참석한 김 씨는 깜짝 놀랐다. 평소 회사에서 뛰어난 업무 능력과 사교성으로 윗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있는 2년 선배 최모(31ㆍ여) 씨를 만났기 때문. 알고보니 최 씨는 김 씨보다도 6개월 앞서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다. 김 씨는 “선배로부터 경직된 조직문화나 단순 업무의 반복 등으로 인해 지난 상반기 공채부터 이직을 준비해온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고 들었다”며 “중견ㆍ중소기업에 다니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 자신이 원하는 업종 등으로 이직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바늘구멍만큼 좁은 취업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취준생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하반기 공채 시즌이 돌아왔다. 이 가운데 비록 사회에 먼저 진출해 활동 중이지만 더 나은 새 기회를 찾아 이직을 추진하는 ‘취업반수생’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입사 1년차 이내 직장인 441명을 대상으로 ‘하반기에 경력이 아닌 신입으로 입사할 의향’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53.1%가 ‘의향이 있다’고 했다. 경력이 아닌 신입으로 입사하려는 이유는 ‘보유 경력이 어차피 짧아서’(59.8%ㆍ복수응답), ‘좋은 조건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서’(43.6%), ‘커리어상 뚜렷한 성과가 없어서’(26.1%), ‘직종을 전환할 생각이라서’(25.2%), ‘공백기를 줄이려고 취업했던 거라서’(20.1%), ‘경력 이직보다 쉬울 것 같아서’(15.4%) 등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취업을 준비하다보니 겪게 되는 어려운 점도 많다. 취업반수생인 최모(31) 씨는 “직장에서 기본적으로 각종 업무ㆍ심리적 스트레스를 받는데다 취업 준비만 온전히 하는 사람들에 비해 짧은 시간을 쪼개가며 자격증이나 어학능력 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까지 동시에 겪다보니 힘에 겨운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취업난이 극에 달해있는 현실 속에 비록 심리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가중될지라도 ‘이중생활’을 선택하는 것이 이득이라 생각하는 사회초년병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 취업포털 관계자는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 기존 일자리까지 내려놓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업무 시간 중엔 누구보다 성실한 직장인이지만 퇴근 후엔 다른 인생을 계획 중인 ‘가면인격(페르소나ㆍpersona)’을 유지해야하는 것에서 오는 이중고가 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 불안이 높아지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인 모습이지만 법이나 제도를 통해 권위주의를 제어하는 서구 사회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여전히 권위주의적 사내 문화가 남아있다”며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의 특성과 맞물리며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한 ‘냉소주의ㆍ거리두기’가 심화되는 것이 이 같은 이중생활 증가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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