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최고 수준의 고용보장과 상대적 고임금을 누리고 있는 공공ㆍ금융부문이 국회가 법적 의무로 정한 임금체계 개편을 반대하기 위해 총파업을 하겠다는 것은 국민 정서상 받아들일 수 없을 뿐 아니라 우리 청년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주는 이기적 행태로 지금이라도 철회돼야 한다”
공공ㆍ금융부문 파업 강행 움직임에 대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일침이다. 하지만 노동계가 시간표대로 23일 금융노조를 시작으로 연쇄 파업에 들어가면서 주무장관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말았다.
가뜩이나 어려운 판국에 누구를 위한 파업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대다수 여론에도 불구하고 금융노조는 막무가내다. 노조는 정부 중심의 성과연봉제가 성과연봉제가 이른바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총파업에 나섰다. 노조는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근로자들의 단기적인 성과나 업적 평가를 토대로 저성과자를 가려내 손쉽게 해고할 수 있게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금융부문의 경우 직원 간 판매 경쟁이 붙어 대출의 질이 떨어지는 등 질보다는 양 중심으로 업무가 변질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근속 연차에 따라 자동적으로 월급이 오르는 호봉제 방식은 효율성이 떨어져 직무ㆍ능력 중심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를 줄이려면 성과연봉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총파업을 앞둔 지난 20일 브리핑을 통해 “상위 10%에 속하는 공공ㆍ금융부문은 선도적으로 법으로 의무화된 임금체계 개편을 이행하고, 격차를 해소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며 “정규직 노조가 변화를 거부하고 기득권에 집착하는 것은 90%의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들, 특히 일자리가 절실한 청년들에게 실망과 좌절만 안겨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번 총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특히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확실히 적용하고, 일부 은행 등에서 노사간 암묵적 협의 후 파업참여를 출장으로 처리해 임금을 지급하는 등의 편법에 대한 지도ㆍ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전문가들도 공공ㆍ금융부문 총파업은 청년 등 미래 세대를 위한 노동개혁에 반한다는 면에서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한 정규직 노조들이 성과연봉제에 반대해 총파업을 하는 것은 청년, 임시직 등 비정규직들을 외면한채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9ㆍ15 노사정대타협 이후 노동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임금체계 개편은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개혁이란 점을 정부와 노동계 모두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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