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방송3사 개그 프로그램이 호황을 이루던 때를 지나 시청률은 나날이 하향세다. 한 때는 ‘개그 지망생’들이 넘쳐나 수요가 부족했다는데, “현재는 코미디의 인기가 떨어지며 지망생도 줄고 있다”고 한 개그맨은 말했다. 이젠 ‘예능인’의 시대다. MBC는 개그 프로그램을 일찌감치 폐지한 데다, 공채 개그맨 대신 예능인 선발 콘테스트를 열고 있다. 지금의 코미디는 방송가의 주류가 아니다.

그럼에도 개그맨들은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KBS2 ‘개그콘서트’는 사실 코미디언들의 ‘꿈의 무대’였다. 이 곳에 입성하는 일도 쉽지 만은 않다. 무려 800~1000 대 1의 경쟁력을 뚫고 공채 개그맨으로 선발되면 KBS 개그맨들은 직장인과 같은 생활을 한다. KBS 연구동으로 출근하는 것이 시작이다. 직장인들이 몇 달 간의 수습 기간을 갖는 것처럼 KBS 신입 개그맨 역시 두 달의 연수기간을 거친 뒤 ‘개그콘서트’ 무대에 설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다.

이 연수에는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예능인 육성을 위해 버라이어티의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 참관과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개그맨들을 상대로 굳이 ‘KBS 버라이어티의 이해’라는 강의까지 진행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KBS 예능국 관계자는 “대본과 연기에 집중하는 직업인 개그맨들의 경우 ‘개콘’을 떠나 다른 방송에 출연하면 힘겨워한다”며 “사실 ‘개그콘서트’ 출연만으로 수입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기왕이면 예능 프로그램 등의 출연 병행으로 활로를 열어주는 방식이다. 그러려면 예능에 잘 적응해야 하는데, 개그맨의 경우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경우가 많아 신인 때부터 교육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개그맨과 예능인의 수입차이는 어마어마하다. 톱MC의 경우 지상파 방송사에서 회당 1500만원, 종편에서 2500만원까지 받지만,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은 회당 60만원대에서 시작한다.

KBS의 경우 신입 개그맨들이 두 달간의 교육을 마치면 KBS 개그맨 최저 등급에 해당하는 6등급의 출연료를 받을 자격을 갖게 된다. ‘개그콘서트’는 6등급의 개그맨에게 회당 68만 원의 출연료를 준다. 여기에는 코너가 방영되지 않더라도 커튼콜 장면까지를 출연 기준으로 쳐 마지막 단체신에 얼굴을 비추는 경우도 회당 68만원을 받는다. 5주 기준으로 치면 330만원인 셈이다. 물론 신인 개그맨이 5주 연속 프로그램에 나오는 일 자체가 드물다. 등급이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다. “코너에 대한 지속적인 기여도와 연예대상 수상 여부, 시청률 견인차” 등의 심사를 거친 뒤에야 출연료가 인상된다. 이는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제로 결정된다.

‘개콘’의 경우 방송이 없으면 고정수입이 사라지는 개그맨을 위해 환경의 배려를 기울였다지만, 사실 업계에서 활동 중인 이들의 삶은 녹록치 않다.

‘개그콘서트’와 코미디빅리그‘에 출연한 한 개그맨은 “’개콘‘의 경우 코너를 하나를 하든, 세 개를 하든 같은 출연료를 받고 있고, ’코미디빅리그‘ 출연자들은 대체로 100만원대의 출연료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고정 코너가 정해져있으면 수입이 안정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코너가 편집될 경우엔 60%의 출연료를 받아간다. 이 개그맨은 “코너 하나를 짜기 위해 몇 날 며칠 밤을 새는 경우가 허다하다. 언제 어떤 코너가 없어질 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1년 넘게 할 수 있는 코너를 만나는 것은 천운”이라고 말했다.

방송 이외의 행사를 통해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인데 최근엔 “개그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줄며 개그맨을 찾는 행사도 줄었다”고 한다.

개그맨들은 TV 안에서도 밖에서도 생활이 어렵다 보니 이들은 스스로를 ‘단기알바의 전문가’라고 부른다. 제약회사 임상실험부터 해수욕장의 팥빙수 장사 등 각종 알바를 찾아 돈벌이의 창구를 만든다. “5만원 짜리 돌잔치 진행”도 단골이다. 한 개그맨은 “후배들이 벌이가 마땅치 않으니 선배들이 자신의 행사가는 길에 운전을 시키고 용돈을 주는 것처럼 일부러 챙겨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공연 위주로 대중과 만나는 코미디언들의 환경은 더 하다. 국내 코미디의 90%가 방송으로 편중된 상황에서 TV 출연 없이 관객 동원이 가능한 공연은 손에 꼽을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한 소극장에서 활동 중인 개그맨은 “방송에 출연하지 않기 때문에 벌이는 형편없다. 보통 10만원~30만원의 월급을 받거나 식권을 받는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공연시장도 불황이다 보니 개그 소극장들의 여건도 어려워졌다. 열악한 공연 코미디 환경의 개선을 위해 지자체가 나선 사례는 모범 케이스로 꼽힌다. 부산 해운대구청(구청장 백선기)에서 창단한 구립 코미디극단인 해운대구립예술단은 4대보험은 물론 예능인 취업 지원 시스템까지 제공한다. 이 극단의 경우 각 행사별로 수당이 정해져 있다. 개인차는 있지만 최소 70만원~150만원까지의 월급을 보장해주고 있다. 연습비 50만원을 합치면 평균 150만원의 월급을 주며 기본적인 생활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환경 보장이 되지 않는 곳이 허다한 데다, 국내 코미디언들은 방송 출연을 통해 얼굴을 알리지 않으면 일반인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공연에 전념하고 있는 한 개그맨은 “먹고 사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생업으로 돌아설 것이냐, 계속 도전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라며 ”워낙 늦게 알려지는 사람도 많고, 버티다가 뜨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출연료가 밀리기까지 라도 하면 피 말리는 날들이 된다“고 말했다.

설상가상 행사를 뛰고도 행사료를 못 받는 경우도 나온다. 다양한 행사를 알바 수단으로 삼고 있는 한 코미디언은 “코미디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워낙 허술하고 업계의 섭외풍토가 불투명하다 보니 안 그래도 힘든데, 100만원 짜리 행사를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50만원을 떼줘야 하는 경우도 있고, 친분으로 헐값에 노동을 팔게 되는 경우도 많다”며 “코미디 행사 업계는 노동복지 공정거래가 전혀 지켜지지 않는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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