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8호선 본격운영 임산부41% “배려 없었다” 대부분 학생·중년남성 앉아

저출산 시대에 임산부에 대한 제도적 지원은 필수 사항이 됐다. 지하철에 마련된 임산부 배려석 또한 적절한 임산부 지원 정책으로, 더욱 시행을 장려하고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임산부 배려석 제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임산부에 대한 배려를 강제하는 식의 정책이 과연 진정한 배려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난 2012년 2월부터 서 있기 어려운 임산부들을 위해 지하철 1~8호선에 열차 1칸 당 2석 씩 ‘임산부 배려석’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열차 중앙에 위치한 7자리 의자 양쪽의 한 자리씩을 분홍색 시트의 좌석으로 바꾸고, 위쪽에 임산부 배려석임을 안내해주는 스티커를 붙여 임산부 배려석임을 표시했다. 얼마전에는 지하철 9호선 임산부 배려석에 테드베어를 놓고, 임산부를 특히 배려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서울 지하철 9호선에서 ‘임산부를 배려하자’는 캠페인성 홍보물 앞으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
서울 지하철 9호선에서 ‘임산부를 배려하자’는 캠페인성 홍보물 앞으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

하지만 지하철에서 임산부들은 제대로 된 배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제11회 임산부의 날(10일)을 맞아 보건복지부가 임산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임산부의 40.9%가 ‘임산부로서 배려 받은 경험이 없다’고 했다.

한 예로, 28주차의 임산부 박모(32) 씨는 최근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더욱 부담스럽다. 박 씨는 “임신 초기에는 배가 많이 안나와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양보해달라 부탁하기도 눈치 보이고 힘들었다”며 “이제 겉으로 봐도 임신한 티가 확연히 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휴대폰에 몰두해 나를 보지 못하거나 보더라도 잘 비켜주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임산부 배려석엔 임산부가 아닌 중고등학교 학생이나 중년 남성들이 앉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기자가 지난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서울지하철 2호선과 5호선의 임산부 배려석을 관찰한 결과도 그랬다.

실제 임산부가 앉은 경우는 2차례에 불과했다.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있던 대학생 김모(24) 씨는 “자리가 비어 있어 앉아 있었다”며 “만약 임산부가 보이면 비켜줄 생각이었다”고 했다. 중년 여성인 김모(51ㆍ여) 씨의 경우엔 “나도 무릎이 아파 앉아가야 하는데 여기 밖에 빈 자리가 없었다”며 “임산부도 앉아가야 하지만 나이 들어 다리 아픈 사람들도 앉아가야 하지 않냐”며 했다.

잘 지켜지지 않는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나뉘는 이유다. 임산부 배려석 제도를 지지하는 사람은 우선 배려석을 마련함으로써 임산부와 같은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를 유도하고 서로 양보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역시 “지금 시행되고 있는 교통약자 배려석은 우리나라 고유의 배려 문화의 미덕을 보여주는 제도”라며 “임산부 배려석 또한 제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특정 집단에 대한 배려를 제도적으로 강요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려는 강제적인 정책이 아닌 전반적인 인식 개선을 통해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특정 계층을 타겟으로 삼아서 만드는 복지 정책은 자칫하면 해당 계층에 대한 반발감을 살 수도 있다”며 “의무도 아닌데 배려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비판 받는다면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약자에 대한 안좋은 감정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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