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등 대리주차 200곳 성행
‘불금’ 거리 곳곳 고성·눈치싸움
“단속 떴다” 업체간 비상 연락
딱지 뗀 이후엔 민원에 맘고생
“선생님, 여기에 발레파킹(Valet Parkingㆍ대리주차)을 하시면 안됩니다. 인도잖아요.”(불법주차 단속원)
“차 댈 곳이 없어서…. 아니, 알겠다고요. 뺀다는 데 왜 자꾸 사진을 찍어!”(대리기사)
지난 21일 오후 7시40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거리. 중형 세단 3대를 인도 위 나란히 불법주차한 대리주차업체 직원과 단속원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단속원의 지도에 40대 중반으로 보이던 직원은 대뜸 “시간이 없어서 그랬다는데 왜 사람 말을 무시하느냐”고 소리쳤다. 직원의 욕설 섞인 고함은 경찰이 나서 중재하기 전까지 계속됐다.
서울 도심 곳곳에 대리주차로 인한 불법주차가 성행하는 가운데 강남구는 매일 저녁 대리주차 업체와 숨바꼭질을 벌인다. 강남구 관내에서도 유동 인구와 대리주차업체가 가장 많이 있다고 알려진 청담동 일대를 단속원과 불법 주차 순찰을 하며 현장을 돌아봤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불법주차는 기본이고 단속을 피해 차량 번호판을 테이프나 종이로 가리는 일도 있다. ‘불금’의 도심 거리에는 고성이 오가며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는 등 단속 현장은 어수선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날 강남구와 함께 서울시, 경찰 등 단속원 27명으로 구성된 합동단속반이 오후 7시30분부터 활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1시간 동안 차량 25대에 대해 딱지를 뗐다. 2분당 1대 꼴로 불법주차 단속에 걸린 셈이다.
강남구 주차단속팀에 따르면 청담동, 삼성동 등 일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은 200개 이상의 대리주차 업체가 포진해 있다. 요금은 보통 3000원~1만원,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 불법주차 단속에 걸려도 책임은 고스란히 차주들의 몫이니 특별한 손해도 없다.
문제는 이 같은 대리주차가 대부분 이면도로나 인도를 점령하면서 다른 운전자와 보행자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합동 단속반이 현장에 나타나자 길가에 불법주차된 있던 차량들이 한꺼번에 종적을 감추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지나가는 차량 안에서는 무전기에 입을 대고 단속 상황을 알리는 듯한 다급한 모습의 차량 운전자도 발견됐다.
이날 단속에 나선 박재석 강남구 주차단속팀장은 “(단속을)가장 먼저 알아차린 직원이 휴대전화와 무전기 등을 동원해 다른 직원들에게 알려주는 모습으로 보인다”며 “조직적인 움직임에 단속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대리주차업체의 명백한 불법주차 정황들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단속원들은 차량을 불러 세우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
단속원들은 대리주차 서비스가 법 테두리 밖에 있다는 점도 단속의 한계로 꼽았다. 한 단속원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불법주차 명목으로 딱지를 떼는 일 뿐인데, 그마저도 대리주차 직원이 미리 알고 자리를 뜨면 방법이 없다”고 했다.
1.7km 정도 거리를 한 바퀴 돌며 순찰을 끝냈을 때 한 단속원은 땀을 훔치며 “오늘 절반 이상 불법 주차차량은 대리주차 때문에 딱지를 뗐을 것”이라며 “내일부터 영문을 모르는 차주에게 온갖 민원이 쏟아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진짜 고생은 이제 시작이라는 뜻이다.
한편 순찰이 끝난 청담동 일대에는 다시 대리주차업체 직원들이 거리로 나와 영업을 시작했다. 한 대리주차업체 직원은 “단속원이 떴다고 하면 잠깐 자리를 비웠다가 끝나면 귀신같이 나오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라며 “이 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뿌리 뽑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강문규 기자/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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