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지배구조 강화 등 제기
오너경영인의 지배력 강화와 경영효율화, 기업가치 제고 차원의 다양한 기업분할 시나리오가 증권가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분할 대상으로 거론됐던 기업들은 “당혹스럽다”, “가상의 시나리오일 뿐”이라는 반응이다. 분할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기업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분할 직전에 풀어야 할 안팎의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분할은 필연적으로 지배구조의 변화를 수반한다. 기업 입장으로선 기존의 지배구조를 뒤흔들 기업분할을 택할 리 없다. 지배구조를 안정화할 장치를 마련할 때까지 분할을 미루고자 한다. 같은 맥락에서 기업들은 아직 분할 여건이 성숙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분할 효과보다는 분할 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증권은 최근 SK와 SK텔레콤의 분할ㆍ합병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이 그룹이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하이닉스를, SK 자회사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하이투자증권도 “SK텔레콤을 인적분할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SK텔레콤을 투자부문(가칭 SKT홀딩스)과 사업부문(SKT사업)으로 인적분할하면 SK의 자회사로 SKT홀딩스가 자리잡고, SKT홀딩스는 자회사로 SKT사업, SKT플래닛, SK하이닉스 등을 거느리게 된다는 가정이었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주회사로 바꾸면 자회사 지분을 공개매수해야 해 비용이 만만찮다. 그래서 선택하기 쉽지않다”며 “SK텔레콤을 중간 지주회사로 전환하기보다는 그냥 분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시전문가도 “SK의 가장 유력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은 SK텔레콤을 사업회사와 SK하이닉스 지분(20.7%) 및 자사주(7.6%)를 보유한 투자회사로 분할하는 방안”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현재 SK와 SK하이닉스 주가 수준을 고려할 때 당장은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SK가 SK하이닉스를 손자회사가 아니라 자회사로 두려면 SK텔레콤이 보유한 6조원 상당 가치의 SK하이닉스 지분 20.7%를 넘겨받는 대신 반대급부로 뭔가의 자산을 내줘야 하는데, 현재로선 지불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주장했다. 가능한 대안으로는 SK가 보유한 자사주(20.6%)를 내주는 것인데, 자사주의 현재가치가 3조3000억여원에 그쳐 선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SK 주가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올라야 가능한 거래”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는 “분할 합병방안의 가장 큰 걸림돌은 대주주의 지분율을 낮아지게 하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SK텔레콤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모회사인 SK와 합병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럴 경우 SK의 대주주인 최태원 회장 일가의 지분(30.86%)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예상되는 기업분할이 있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 같은 문제를 들어 현대증권 역시 SK의 인적분할이 향후 2~3년 후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앞서 하이투자증권 등은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삼성전자가 투자회사와 반도체, 가전, 휴대폰 사업을 근간으로 하는 3개 사업회사등 4개 회사로 분할할 경우 기업가치가 올라갈 것이란 분석이었다.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도 마찬가지 이유로 삼성전자 측에 기업분할 방안을 검토해 달라는 당부의 서신을 전달해, 삼성 측으로부터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답을 얻어낸 바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분할하려면 이에 앞서 정리해야할 과제가 첩첩산중이다. 현재 추진중인 삼성SDS 분할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하고, 이건희 회장이 보유중인 삼성전자 주식(지분율 3.54%)의 상속 또는 증여도 마쳐야 한다. 창업주 3세인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ㆍ이서현 사장의 재산분할과 사업권 조정 문제도 분할 직전 고려할 문제로 거론된다.
때문에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것이 설사 기업가치를 제고하는데 도움이 된다하더라도 현재 여건이 여의치 않으므로 실행하기 어렵다며 최소 2년은 걸려야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윤재섭 기자/
test1018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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