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최근 강남 재건축과 청약시장을 중심으로 부동산이 후끈달아오르면서, 증권가에서도 돈을 벌어다 줄 키워드로 ‘증권’이 아닌 ‘부동산’이 급부상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초저금리에 투자처를 잃고, 증권사는 업황 불황으로 수익 창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이 ‘탈출구’가 된 셈이다. ▶부동산펀드 시장도 ‘후끈’=2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 공모형 부동산펀드 7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34.33%다.
칸서스자산운용의 ‘사할린부동산1’(275.22%)은 올 들어 국내 부동산펀드의 수익률을 끌어올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 외에 ‘하나UBS클래스원특별자산3 ClassC1’(25.57%), ‘골든브릿지Wm경매부동산1’(8.72%), ‘동양강남대기숙사특별자산1’(5.86%) 등도 양호한 수익률을 냈다.
기관투자자들이 대규모 자금을 모집하는 사모 형태가 대부분인 부동산펀드 시장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소규모 자금을 모집하는 공모형 부동산펀드가 활약하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에 부응하듯, 저금리로 갈 곳 없는 투자자들이 국내 공모형 부동산펀드에 몰리면서 올 들어서만 4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해외 부동산펀드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와 자본시장연구원 등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262개 해외 부동산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20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94개 펀드로 13조원 규모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9개월 사이 각각 35.0%, 55.3% 급증했다.
현재의 성장세라면 올해 안에 국내 부동산펀드 규모(23조9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외 부동산펀드 고객은 법인이나 금융기관 등 기관투자자가 96.8%였고, 개인은 3.2%에 그쳤다.
관련 업계에서는 해외 부동산펀드의 투자 열풍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금융당국이 사모펀드에 분산투자하는 공모 재간접펀드 제도를 도입하면서 일반 투자자도 간접적으로 해외 부동산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개인이 실물자산에 투자하려면 최소 1억원~3억원을 사모펀드에 넣어야 했지만, 재간접펀드를 이용하면 투자금이 최소 5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500만원으로 ‘큰 손’처럼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특히 개인투자자 등을 위한 폐쇄형 공모 해외 부동산펀드의 ‘완판’ 기록은 그 가능성을 가늠하게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달 19일 국내 최초로 내놓은 공모 해외 부동산펀드인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9-2호’는 일주일 만에 목표액 3000억원을 채웠다. 이 펀드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우량 오피스 빌딩 4개 동에 투자한다.
다만, 유의점도 있다. 부동산펀드는 대부분 3년 이상의 장기 투자상품인 데다가 중도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 상품도 있다.
아울러 부동산 가치가 떨어질 경우 수익률이 부진할 수 있어 여윳돈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태희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등 실물자산 투자펀드는 상대적으로 레버리지 비율이 높고 이자비용 부담이 커 금리 인상 등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 임대료 하락, 공실률 증가로 이어질 때 투자자산이 부실화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권사, 해외 부동산에서 기회 노린다=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장 내 경쟁이 가속화 되면서 인수ㆍ합병(M&A) 자문이나 기업공개(IPO) 주선 등으로 이익을 내기 어려워진 상황 탓이다. 증권사들은 자기자본(PI)을 활용해 해외 부동산을 사들인 뒤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지분을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그 선봉에 서 있다. 올 들어 호주 캔버라 루이사로손 빌딩(약 2000억원)을 시작으로 폴란드 브로츠와프 아마존 물류센터(약 1000억원), 미국 필라델피아 IRS 빌딩(약 4400억원), 벨기에 브뤼셀 아스트로타워(약 2300억원), 프랑스 파리 노바티스 빌딩(약 4800억원) 등 총 5개의 해외 부동산을 매입했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추가 투자까지 고려하면 연내 투자 규모는 2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NH투자증권도 연초 호주 시드니의 울워스(Woolworths) 본사 사옥을 3300억원에 사들였다.
이어 하나금융투자와 함께 하나자산운용이 조성하는 부동산펀드를 통해 폴란드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센터를 약 1000억원에 매입했다. 이 물류센터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15년간 장기 임차하고 있어 연간 7~8%의 임대 수익이 기대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도 올해 미국 하와이와 시애틀에 각각 위치한 하얏트리젠시 와이키키 호텔과 아마존 본사사옥을 인수했다.
중소형사도 예외는 아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이달 초 국내 기관과 손잡고 독일 도이치텔레콤(DT)의 글로벌 본사 사옥을 2640억원에 사들였다.
키움증권은 지난 4월 키움투자자산운용이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중심부의 신축 프라임급 오피스빌딩인 KPMG플라자 빌딩을 2500억원에 사들이는데 출자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는 물론 저성장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며 “국내는 투자 대상이 한정돼 좋은 물건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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